[MLB] 이치로, 다시 시애틀 승리 견인

중앙일보

입력

7회까지 '일본의 야구영웅' 스즈키 이치로(27)는 덕아웃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이날의 승부는 이치로에 의해 갈렸다.

12일(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함으로써, 올 시즌 오클랜드전 4승 1패의 절대우위를 점했다.

매리너스는 6승2패로 지구 선두를 유지한 반면, 어슬레틱스는 3연패를 당하며 2승6패를 기록했다.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양팀 선발 애런 실리(매리너스)와 마크 멀더(어슬레틱스는) 7회말까지 0-0 승부를 이끌었다.

8회초 좌투수인 멀더가 물러나자 매리너스의 루 피넬라 감독은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찰스 깁슨의 대타로 출장한 이치로는 짐 메시어를 상대로 좌전안타를 뽑아내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이치로는 다시 마크 맥클레모어의 좌전안타 때 빠른 발로 단숨에 3루까지 진출했고, 이 때부터 메시어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시애틀은 마이크 캐머룬과 브렛 분의 안타로 3점을 뽑아내며 3-0으로 앞서나갔다.

이어진 8회말, 이치로는 콜리세움에 모인 어슬레틱스 관중들에게 공·수·주 중 하나 남은 '수비'를 선보였다. 이치로는 1사 1루 때 자신의 앞에 떨어진 안타를 총알같은 송구로 연결시켜 3루까지 내달리던 1루주자 테렌스 롱을 잡아냈고, 승부는 여기서 끝났다.

실리는 8이닝 무실점(4안타 · 1볼넷)의 눈부신 투구로 5일 어슬레틱스전(6이닝 2실점)에 이어 2승째를 따냈고, 9회말에 등판한 사사키 가즈히로는 퍼펙트로 세이브 행진(5세이브)을 이어나갔다.

뉴욕 양키스와 함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어슬레틱스는 심각한 초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부진의 원인은 두가지다. 지난해 5.88점(리그 3위)에 달했던 경기당 득점이 3.00(리그 13위)으로 떨어져 있으며, 소금같은 역할을 했던 불펜도 삐걱거리고 있다.

특히 개막전 역전패의 원흉이었던 메시어는 이날도 패전투수가 되며 불펜 부진의 가장 앞에 섰다. 메이서 · 제프 탬 ·T.J. 매튜스의 방어율은 11.86에 달한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팀 허드슨-배리 지토의 뒤를 이어 제3선발을 맡아주어야 할 멀더의 급성장이다. 멀더는 7이닝 무실점(2인타 · 3볼넷)의 역투로 올 시즌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한편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그렉 매덕스는 팀의 3연패의 사슬을 끊어 냈다.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 매덕스는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7이닝동안 매덕스가 허용한 것은 토드 질에게 맞은 우전안타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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