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의사, 벤처기업가로 변신

중앙일보

입력

한 농촌지역 의사가 벤처기업가로 변신, 세계 시장을 넘보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충남 서천군 종천면 석촌리 농천농공단지내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닥터 리(Dr.LEE) 대표 이사 이상용(李常鏞.49)씨.

그는 최근 미국의 GMD(글로벌 메디컬 디스트리뷰션)회사와 심전계(Dr.LEE ECG-120B.심장질환자 진단을 위한 고정밀의 전자 의료용 계측기) 독점 공급계약 조건으로 향후 5년간 705만 달러 어치의 심전계를 수출키로 계약을 했다.

이에 앞서 그는 지난 95년 의료기기 선진국인 독일을 비롯 26개국에 30만 달러어치의 심전계 수출을 시작, 지난 97년에는 34개국에 3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하는 등 세계시장 석권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88년 서천 서해병원을 설립한 뒤 지난 92년과 96년 각각 운영난에 허덕이던 부여 성요셉병원, 당진 성모병원을 인수한 그는 지난 93년 ''닥터리''라는 심전계제조업체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지난 97년 선진기업도 따기 어렵다는 미국 FDA(식품의약품국)를 시작으로 독일 ISO-9001 등 국제적 기술인증을 획득하는 등 선진제품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국제시장의 첫 발걸음을 시작했다.

이러한 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이미 간파한 한국산업은행은 ㈜닥터 리의 주식을 액면가의 7배 가격으로 5만주(전체 21%)를 구입하자 지난 95년 ㈜메디슨이 국내판매를 요청하고 외국 입찰에 대한 납품 요구가 들어왔다.

또 세계 최고의 심전도회사인 한 독일업체는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으로 대량 수출을 요구했으나 독자 상표 수출을 위해 이를 단호히 거절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98년과 99년 각각 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로부터 신 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국내 첨단 벤처산업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의사라는 안정된 전문직에서 안주하지 않고 벤처산업에 뛰어든 그는 "가격은 반값이고 품질은 최고인 제품으로 승부하지 않고는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외국기업과 싸워 결코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심전계 시장의 50%를 점유하며 올해 총 매출액 50억원을 내다보는 이 회사는 오는 2003년까지 나스닥(NASDAQ)에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서천=연합뉴스) 이은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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