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올 대선 승부 가를 캐스팅 보트 2차 베이비부머 600만 표 잡아라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1 금융회사 근무 18년차인 양재현(44·가명·서울 송파)씨. 월급이 400만원을 조금 넘는데 두 아이(중3·초6) 학원비로 월 150만원이 든다. 2007년 2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산 아파트 대출 원리금 상환엔 월 80만원이 나간다. 생활은 늘 팍팍하다. 그는 “그동안 주로 야권 후보를 찍었는데 사는 게 고달파지다 보니 진보와 보수를 떠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는 후보에게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2 주부 김성희(41·서울 가락동)씨는 2007년 대선 때 이명박(MB) 후보를 찍었다. 이후 MB 정권에 실망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야권 후보를 찍었다. 올 4월 총선에서는 또다시 여당 후보로 돌아섰다. 대선은 미정이다. 그는 “여당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야당도 별로다. 마지막까지 야권 후보 단일화와 정책 등을 살펴본 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2차 베이비부머가 연말 대선의 성패를 가를 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은퇴를 시작한 1차 베이비부머의 뒤를 잇는 세대로 30대 후반~40대 초·중반 600만 명이다. 수적으로 많을 뿐 아니라 경제 활동의 중추다. 조직 내에선 팀장급으로 위아래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성장 시대의 상투를 잡아 상당수가 가계부채에 허덕인다. 졸업 후 취직 때는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혼 후엔 자녀 사교육비와 윗세대 부양에 힘들어 하는 낀 세대다.

정치컨설팅그룹 e윈컴 김능구 대표는 “이들은 대체로 ‘행동하는 무당파’로 후보들이 어떤 정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자유롭게 투표하는 성향을 보인다. 20, 30대 못지않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도 활발하다”고 전했다. 생활인으로서 경제적 안정을 중시하면서도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들이 많아 진보적 의식을 갖는 유권자도 꽤 된다. 명지대 신율(정치외교학) 교수는 “몸은 보수, 머리는 진보인 세대”로 풀이했다.

대선 캐스팅 보트를 하는 지역이 충청권이라면 연령대별론 2차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한 40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들은 정치 성향과 이슈에 따라 선택을 달리하는 스윙 보터(swing voter)이기도 하다. 그만큼 선거 승패를 가르는 변수다.

이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대선 주자들의 경쟁은 뜨겁다. 중앙SUNDAY가 18~20일 주요 대선 주자에게 ‘2차 베이비부머를 위한 정책’을 물었더니, 한결같이 ‘우리 사회의 중추 세대가 노후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데 힘쓰겠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은 “물가상승, 주거부담, 자녀교육 등 삶의 부담이 너무 커 힘겨워하는 세대다. 이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은 “보육·교육·주거·의료·노후의 5대 불안을 가진 세대로 정치민주화의 측면에선 수혜자이지만 경제민주화 측면에서 희생자다. 이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과감한 정책을 펴겠다”고 다짐했다. 야권 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 측은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안 교수는 저서 안철수의 생각(김영사)에서 ‘하우스 푸어 해결을 위해선 대출금 만기 연장과 장기고정금리 전환이 필요하다.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사회의 인센티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2차 베이비부머의 위력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다. 중앙일보가 이달 초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박근혜 대 안철수 가상 대결에서 전체적으론 49.2대 44.9의 지지율을 보인다. 연령별로는 20, 30대에서 안 교수가 약 6대 4의 비율로 앞서는 반면, 50~60대에서는 비슷한 비율로 박근혜 예비 후보가 앞선다. 40대는 반반(48.1대 46.1)이다. 오차범위 내다. 두 사람이 맞붙는다면 40대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릴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연말 대선에서 어떤 투표 성향을 보일지 다른 어느 세대보다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표심이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방송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분당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40대 유권자의 야권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70%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에 대한 지지율은 46.1%로 떨어졌다. 현재 40대는 한쪽 정당이나 후보에 치우치지 않고 대선 주자가 내놓는 정책, 안철수 교수의 출마 여부, 여야 경선 결과를 관망하는 상태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2차 베이비부머의 경우 사상은 진보, 생활은 보수의 복합적 정서가 우세하다. 이념에 쏠리지 않고 정치 상황이나 관심 있는 정책에 따라 투표하는 스윙 보터가 많다. 다른 세대보다 예측이 어렵지만 실생활 개선에 도움을 주는 쪽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2차 베이비부머 은퇴를 시작한 1차 베이비부머(1955~63년생·695만 명)의 뒤를 잇는 세대다. 일반적으로 경제 성장기인 68~74년에 태어난 596만 명으로 전체 유권자(4018만 명)의 14.8%를 차지한다.

염태정·강나현 기자 yonnie@joongang.co.kr

중앙SUNDAY 구독신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