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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워치] 사상 최고 실적 삼성전자, 주가는 왜 떨어졌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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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양해만
NH-CA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농촌에서는 추수를 가을에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분기마다 한다. 요즘이 ‘어닝 시즌’이다. 전반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업종이 많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내수 부진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8월 그리스 사태에서 촉발된 증시 급락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세계 실물경제의 둔화와 기업 실적 부진이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업종, 그리고 중국 소비 관련주의 주가가 선전했지만 건설·화학·조선 업종 등은 특히 부진했다. 실물경제의 둔화가 증시에 반영됐다. 이를 증시에서는 ‘조정(correction)’이라고 부른다. 증시가 실물경제에 비해 과열 양상을 보일 때 조정은 하락을 의미하고, 증시가 수급 요인이나 비관에 젖어 향후 회복 가능성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 조정은 상승을 의미한다.

 4월까지 잘나가던 2012년 증시가 실물경제의 둔화를 견디지 못하고 하락 조정을 겪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연초와 비슷하지만 개별 기업의 주가는 업종별로 차별화가 심하다. 이런 환경 때문에 주식형 펀드가 전체적으로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 투자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는 상반기 핵심 종목이었던 삼성전자의 주가 향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주가가 크게 하락한 삼성전자는 2분기에 사상 최고의 분기 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 약 51조원, 영업이익이 6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9% 늘었고, 전 분기 대비해서도 15% 증가했다. 그리고 영업이익에 가장 크게 기여한 모바일사업부는 최근 갤럭시Ⅲ를 발표했다. 디자인과 속도, 그리고 부가 기능 측면에서 상당히 진일보한 제품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삼성전자 주가는 왜 하락했을까. 투자자는(다른 말로 하자면 시장은) 이미 하반기에 벌어질 ‘아이폰5’와의 경쟁을 바라보고 있다. 일반 투자자는 아직도 응용 프로그램의 동작 기반이 되는 소프트웨어에서 삼성전자 쪽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다. 또 브랜드 충성도를 바탕으로 한 애플의 통합 전략에 대해 삼성전자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주시하고 있다.

 또 하나의 주요한 포인트는 상반기 극심한 침체를 보였던 반도체 경기의 회복 여부다. 반도체 경기는 글로벌 컴퓨터(PC) 수요가 중요한데, 여러 분석 기관이 올해 PC 성장률을 연간 6%대에서 3%대로 낮추고 있다. 반도체 경기 회복은 더뎌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IT 부품의 성수기가 시작되는 9~10월 반도체 경기는 살아날 것이다.

 그렇게 보면 3분기에도 7조원 수준의 분기 최고 이익은 나올 것 같다. 전체 업종과 기업을 통틀어서 가장 좋은 실적 전망이다. 실적이 좋은데도 주가가 먼저 조정 받았다는 점은 ‘하반기 투자 드라마’의 결말이 해피엔딩일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즉, 지금까지 보였던 삼성전자의 하락 조정은 애플과의 경쟁을 지나치게 우려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어쩌면 삼성전자가 너무 잘나가고 있어서 그냥 불안했던 심리를 반영했던 것이 아닐까.

양해만 NH-CA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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