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 '대타' 강혁 맹활약

중앙일보

입력

"(강)혁이가 정말 예쁘다. "

프로농구 삼성 강혁은 몸싸움이 주업인 농구선수답지 않게 얼굴이 곱상하다. 빨갛게 상기된 볼과 짧은 머리, 수줍음이 많은 강혁은 순박한 시골 학생을 연상하게 한다.

물론 삼성 관계자들이 강혁의 외모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신인왕 이규섭의 부상으로 위기에 빠진 팀을 챔피언 결정전 2승으로 이끈 주역이기 때문이다.

강혁은 얼굴은 귀엽지만 강단은 보통내기가 아니다. '자줏빛 악마' 로 불리며 번개처럼 빠른 농구를 펼친 경희대를 대학 정상급으로 끌어올린 핵심 선수였다. 지난 시즌 신인왕을 수상한 동기 김성철(SBS)이 슛을 던졌지만 상대 주득점원을 수비하면서 귀중한 리바운드를 잡아낸 선수는 강혁이었다.

포인트 가드도 아니고 장신도 아닌, 프로에서 적응이 어렵다는 어중간한 키(1m88㎝)지만 강혁은 가드처럼 빠르고 장신 선수처럼 골밑 가담이 좋다. 특급 슈터 조성원을 보유한 LG를 상대하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강선수는 이규섭에 못지 않은 공헌도를 발휘하고 있다.

이규섭만큼 골밑 활약이 크지는 않지만 강혁은 빠른 수비 전환이라는 장기가 있다. 강혁이 주희정과 함께 지키는 삼성 가드진은 LG의 무기인 속공을 약화시키고 있다.

삼성은 정규리그에서 LG 에릭 이버츠에게 많은 골을 내줬으나 챔피언 결정전에서 강혁을 기용해 3점 슈터 조성원·조우현·이정래를 동시에 투입하는 LG의 변칙 카드를 무력화시킴으로써 이버츠의 득점도 삭감하는 효과를 봤다.

강혁은 공격에서도 보물이다. 강혁은 조성원을 수비하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1차전 승리 당시 20득점했고 3차전에서도 슛성공률 1백%로 12득점했다. 팀 공격이 막힐 때 기다렸다는 듯 터지는 강혁의 슛은 승부의 물꼬를 돌리는 분수령이 됐다.

김동광 감독은 "강혁이 이규섭의 공백을 충분히 메우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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