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부시 대통령, 백악관에 야구장 짓는다

중앙일보

입력

백악관에 야구장을 짓는다면 미국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때 프로야구단 운영에 참여한 전력이 있고 텍사스주 크로퍼드에 있는 자택의 거실 한 쪽 벽을 온통 방망이와 모자, 공, 유니폼, 관련 책자 등으로 장식할 만큼 야구광인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백악관에 어린이용 야구장을 짓도록 지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올 시즌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30일 야구의 전당 헌액자 40여명을 백악관으로 초청, 오찬을 갖기에 앞서 "여기는 뒤뜰이 매우 넓다"고 운을 뗀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지은 바로 이 집에서 야구를 가장 잘 보존하는 데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아이들이 야구놀이를 하도록 백악관의 남쪽 잔디 광장을 정기적으로 개방한다는 게 부시 대통령의 구상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가 계속되는 앞으로 4년동안 전국의 어린이들을 백악관으로 초청, T-볼을 하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T-볼이란 너무 어려 리틀야구에도 끼지 못하는 4-8세의 어린이들이 하는 놀이로 투수가 던진 공을 때리는 게 아니라 T자 모양 받침대에 올려진 공을 치게 돼 있다.

전설적인 선수들에 둘러싸인 부시 대통령은 부인 로라 여사도 "내가 선수로 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 구상을 지지했다고 말해 일차로 폭소를 자아낸 뒤 "여기에 사는 게 좋은 이유의 하나는 영웅들을 보려고 야구단까지 찾지 않아도 그들이 이리로 온다는 점"이라며 능청을 떨었다.

부시 대통령이 자신처럼 말 실수를 자주 저지르는 것으로 알려진 왕년의 명선수요기 베라를 특별히 지목, "요기는 그의 묘기 때문만이 아니라 영어에 불후의 족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나에게는 큰 격려가 돼 왔다"고 말하고 "일부 기자는 그를 나의연설 원고 작성자로 알고 있다"며 계속 농을 치자 선수들은 박장대소로 화답했다.

부시 대통령은 프로야구단인 텍사스 레인저스의 공동 구단 운영주를 지낸 전력이 있으며 이에 앞서서는 유년 시절 고향인 텍사스주 미들랜드에서 리틀리그 선수로활약하며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