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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67> 초콜릿의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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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이지영 기자

초콜릿은 사랑스러운 먹거리다.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이 사랑의 속성을 닮아서일까.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어린아이의 환심을 사려할 때…. 사랑의 현장에서 초콜릿은 요긴하게 제 기능을 한다. 초콜릿을 흔하게 사고, 흔하게 먹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초콜릿의 정체를 알고 즐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떤 초콜릿이 좋은 초콜릿인가’. 비싼 초콜릿? 덜 단 초콜릿? 그 답을 찾아 초콜릿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초콜릿의 주 재료는 카카오 열매다. 인간이 카카오 열매를 먹기 시작한 것은 4000여 년 전으로 추정된다. 멕시코 아즈텍 문명시대, 카카오는 신의 음식으로 추앙 받았고 화폐처럼 쓰이기도 했다. 당시 사람들은 카카오 씨앗을 단순히 볶고 빻아 여러가지 향신료와 섞어 음료로 마셨다. 맛으로 먹는 기호식품이라기보다 카카오의 강장효과 등이 강조된 에너지 음료였다. 카카오가 유럽에 전해진 것은 스페인의 멕시코 아즈텍 침략(1520년) 이후다. 유럽에서도 카카오는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나는 신비로운 음료로 통했다.

 카카오에서 현재와 같은 초콜릿이 만들어진 것은 산업혁명 이후 19세기에 이르러서다. 1828년 네덜란드 화학자 반 호텐은 카카오에서 버터를 분리해냈다. 1847년엔 형틀에 넣어 굳힌 판초콜릿이 개발됐고, 여기에 설탕과 우유를 넣어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더하면서 대중적인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도움말=‘쇼콜라티에’(초콜릿 제조 전문가) 고영주

카카오 품종

카카오의 기본적인 품종은 크게 크리올로·포라스테로·트리니타리오 등 세 가지다. 이 중 크리올로와 포라스테로는 순수 자연 품종이고, 트리니타리오는 인간의 교배 기술로 만들어졌다. 이 세 품종은 맛과 향이 제각각 다르다. 또 같은 품종이라도 원산지 및 재배, 가공 방식, 품종 간의 교배 등에 의해 좀 더 세분화된다. 한 품종으로만 가공한 카카오를 ‘싱글오리진 카카오’라고 하며, 대부분은 서로 다른 품종을 섞어 가공한다.

1 크리올로(Criollo) 전 세계 카카오 빈 생산량의 3% 정도를 차지하는 고급 품종이다. 멕시코·과테말라·니카라과·콜롬비아 일부 지역에서 재배한다. 열매의 색은 녹색·노란색·붉은색을 띠며, 씨앗 색깔은 흰색이다. 씨앗의 모양은 다른 품종보다 통통한 편이다. 크리올로에는 탄닌 성분이 적어 쓴맛이나 떫은맛이 적으며, 자스민향·귤향 등 섬세한 향이 난다.

2 포라스테로(Forastero) 포라스테로는 비교적 병해충에 강하고 생육이 좋아 생산성이 높다. 주로 아마존 열대 우림 지역 이남과 서아프리카·상투메·코스타리카·멕시코·브라질·수리남 등에서 재배된다. 종류 또한 다양하며 전체 재배 면적의 85% 이상을 차지한다. 열매는 연두색·노란색·연자색 등을 띠며 씨앗은 진보라색이다.

3 트리니타리오(Trinitario) 크리올로와 포라스테로의 교배종으로 두 가지의 장점을 뽑아낸 품종이다. 트리니다드토바고·베네수엘라·인도네시아·파푸아뉴기니 등에서 주로 재배되며,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초콜릿의 종류

구성 성분에 따라

1 다크 초콜릿  카카오 매스+카카오 버터+설탕

초콜릿은 보통 카카오 매스와 카카오 버터를 합한 ‘카카오 함량’을 %로 표시하는데 그 함량이 50% 이상 돼야 달콤하고 쌉싸래한 카카오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미국은 카카오가 15% 이상, 유럽은 35% 이상이면 다크 초콜릿으로 규정한다. 우리나라는 카카오 함량이 전체 성분의 20% 이상, 카카오 버터가 10% 이상일 때 다크 초콜릿이라고 하며, 카카오 함량이 20%가 넘더라도 카카오 버터가 10% 이하면 준초콜릿으로 분류한다. 다크 초콜릿에서 카카오 함량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설탕이며 바닐라·레시틴이 소량 첨가되기도 한다. 보통 카카오 함량이 높을수록 가격이 비싸다.

2 밀크 초콜릿  카카오 매스+카카오 버터+설탕+우유

기본적인 다크 초콜릿 배합에 분유가 첨가된 초콜릿이다. 우유의 부드럽고 단맛이 살아 있어 카카오의 쌉싸래한 맛은 줄어든다. 밀크 초콜릿도 카카오 함량이 너무 낮아지면 초콜릿의 본질을 잃게 된다. 미국 기준으로는 카카오 함량이 10% 이상, 유럽은 25% 이상 돼야 한다.

3 화이트 초콜릿  카카오 버터+설탕+우유

초콜릿의 색과 맛을 내는 카카오 매스 성분이 빠져 있는 초콜릿이다. 상아색을 띠는 카카오 버터에 분유와 설탕을 섞어 만들며,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카카오 버터가 많이 들어 있어 다크·밀크 초콜릿보다 가격이 비싸다.

4 코팅 초콜릿   카카오 매스 또는 카카오 파우더+식물성 유지+인공향료+색소

카카오 버터 대신 코코넛유·팜유·대두유 등 식물성 유지가 들어간 이미테이션 초콜릿이다. 식물성 유지가 들어간 초콜릿은 특별한 기술 없이 녹였다 굳혔다 해도 광택이 유지된다. 다루기가 쉬워 제과용으로 많이 쓰인다.

5 카카오 파우더

카카오 매스를 건조·분쇄한 것이다. 붉은 갈색을 띠며 맛은 쓰고 떫으면서 시다. 냄새는 강하지만, 카카오 원액에서 카카오 버터를 분리해냈기 때문에 기름기가 적다. 물에 잘 섞이지 않아 음료용으로 쓰기보다 과자나 케이크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음료용으로 쓸 경우에는 카카오 파우더를 알칼리 (알칼리 성분을 더해 pH를 높이는 것) ‘더치(Dutch·네덜란드식) 프로세스 코코아’를 주로 사용한다. 네덜란드 화학자 반 호텐이 처음 개발해 ‘더치’란 이름이 붙었다. 일반 카카오 파우더보다 맛이 부드럽고 물과 잘 섞여 코코아 음료를 만들기에 적당하다. 하지만 알칼리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카카오 속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줄어든다.

6 인스턴트 파우더 믹스   카카오 파우더 2∼12%+설탕+분유+식물성 유지+색소+인공 향료+기타 화학첨가물

설탕과 분유, 식물성 유지로 맛을 낸 음료용 인스턴트 파우더로 카카오 함량이 매우 적다.

품질에 따라

초콜릿의 품질은 원료가 되는 카카오 빈, 생산지에서의 발효·건조 기술과 가공 공장에서의 가공 기술, 섞어 쓴 부재료의 품질 등에 의해 결정된다. 이 중 가장 근본적인 구분 기준은 카카오 버터만을 사용해 초콜릿을 만들었는지, 아니면 카카오 버터 대신 식물성 유지를 사용했는지 여부다. 카카오 버터는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함유한 고급 지방으로, 34∼38도에서 녹기 때문에 입 안에서 쉽게 사르르 녹는다. 반면 식물성 지방은 녹는 점이 높아 입 안에서 텁텁한 느낌을 남긴다. 또 액체 상태의 식물성 유지를 고체로 만드는 과정에서 트랜스 지방이 생기기도 한다.

1 고급 초콜릿  지방 성분이 100% 카카오 버터로만 이루어진 초콜릿으로, 카카오 원료 함량이 최소 50% 이상인 초콜릿이다.

2 준초콜릿  지방 함량에 카카오 버터 외에 식물성 유지가 포함된 초콜릿. 고급 초콜릿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싸고 대량 생산 및 유통된다.

3 이미테이션 초콜릿  카카오 함량이 10% 미만인 초콜릿으로, 카카오 버터가 전혀 들어 있지 않고 식물성 유지만 사용한 초콜릿을 일컫는다. 카카오의 향미가 거의 없고 먹을 때 왁스 같은 느낌을 준다. 과자나 케이크 등을 코팅할 때 주로 쓰인다.

카카오부터 초콜릿까지 …

카카오 나무는 적도를 중심으로 그 위아래 20도 내외 지대에서 자란다. 덥고 습한 기후 지역이다. 럭비공 모양으로 생긴 카카오 열매 속에는 달고 즙이 많은 과육과 씨앗(카카오 빈)이 들어 있다. 카카오 빈은 아몬드와 모양과 크기가 비슷하며, 열매 한 개 속에 30∼40개씩 들어 있다. 새콤달콤한 맛의 끈적한 과육에 싸인 카카오 빈에서는 쓰고 떫은 맛이 난다. 카카오 빈의 발효와 건조 과정은 아프리카·중남미·동남아 등 카카오 산지에서 이뤄지고, 그 이후 과정은 대부분 유럽의 가공 공장으로 옮겨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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