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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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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9일 개관하는 부산 영도 국립해양박물관은 박물관과 아쿠아리움을 결합한 형태다. 대형 수족관 아래로 나 있는 지름 11m 크기의 유리 터널에서 어린이들이 손에 잡힐 듯한 물고기를 향해 한껏 손을 뻗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대형 수족관 아래로 뚫려 있는 지름 11m의 유리 터널을 지나는 동안 300여 마리의 바다 물고기가 손에 잡힐 듯 헤엄을 친다. 수족관 옆 ‘터치풀’에서는 불가사리·도다리 같은 바다생물을 만져보고 꺼내 특수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도 있다.

 9일 부산 영도구 동삼 혁신도시에 문을 여는 국립해양박물관 얘기다. 이 박물관은 아쿠아리움과 박물관을 결합한 독특한 형태다. 지자체가 소규모로 운영하는 해양박물관은 일부 있지만 해양 관련 종합박물관은 국내 처음이다.

 개관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박물관 앞에 도착하자 부산 앞바다를 배경으로 물방울을 형상화한 역삼각형 건물부터 눈길을 끌었다. 부지 4만5444㎡에 지하 1층·지상 4층(건축면적 2만5870㎡) 규모로 사업비 1142억원이 투입됐다. 이 중 1019억원은 임대형 민간투자 사업(BTL·Build-Transfer-Lease) 방식으로 지었다. 완공 뒤 소유권은 정부나 지자체가 갖는 대신 사업자는 정부·지자체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박물관 측은 100억원을 들여 국내외의 해양유물 1만여 점을 구입했다. 김하나 박물관 홍보팀 대리는 “관람객이 희귀자료를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꾸몄다”고 소개했다.

절반 크기로 복원된 조선통신사선.

 3층에 올라가자 커다란 목선이 눈에 띄었다. 1607년부터 200여 년 동안 조선통신사들이 일본을 오갈 때 사용한 ‘조선통신사선’이다. 문헌을 토대로 2011년 10월부터 전문가 자문회의 등 엄격한 고증을 거쳐 절반 크기로 복원했다.

 유리관 속엔 세계 최초의 해도첩이 들어 있었다. 영국 지도제작자인 로버트 더들리가 1646년 만든 해도첩 『바다의 비밀(Dell’arcano del Mare)』 초판본이다. 이탈리아어로 ‘코라이 왕국은 반도다(Regno di Corai e Penisola)’라고 쓰여 있고 동해는 한국해(Mare Di Corai)라고 표기하고 있다. 전 세계에 10여 세트밖에 남아 있지 않은 희귀 유물이다.

 영국에서 1846년 항해를 위해 제작한 구의와 천체의 세트도 동해를 한국해(GULF OF COREA)로 표기해 놓고 있다. 1837년 일본 니가타 해안에 세워져 있던 일본 정부의 목판 푯말인 길이 72㎝ 의 ‘죽도제찰’에는 ‘죽도(竹島)는 겐로쿠(元祿)시대부터 조선 땅이므로 항해를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선명하다. 한국인 개인사업가가 일본 경매에 나온 유물을 낙찰받은 뒤 우여곡절 끝에 한국으로 가져온 귀한 유물이다.

 4층엔 덴마크 바이킹박물관에서 들여온 바이킹선이 놓여 있다. 바이킹 역사를 자세히 보여준다. 부산항의 현재 모습과 국내 해양산업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1층 도서관에는 각종 해양 관련 서적 2만여 권과 디지털신문이 비치돼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딱딱한 기존 박물관과 달리 체험과 재미 위주로 꾸몄다”며 “연간 70만 명의 관람객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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