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수준의 로봇' 출현 눈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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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간을 닮은 로봇(Robot Sapiens)''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최근 컴퓨터 칩과 생명공학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이를 응용한 차세대 로봇 개발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 첨단 하이테크 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차세대 로봇의 활용 영역은 산업.군사.의료 등 전통적인 분야에서부터 가사.오락.개인비서 등 일반 생활분야까지 그 무대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로봇산업의 가능성에 주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불꽃튀는 개발경쟁을 벌이고 있다.

◇ 차세대 로봇의 특징〓겉모습만 인간을 닮은 게 아니라 스스로 진화하고 사고하며 외부 환경에 반응을 보인다. 지난해 일본 혼다가 만든 ''아시모'' 는 사람과 같은 유연한 동작이 가능해 관심을 모았었다. 그러나 아시모의 한계는 무선 네트워크로 조종된다는 점. 차세대 로봇은 이와 같은 인간의 도움없이도 알아서 움직이는 ''똑똑한'' 로봇을 말한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차세대 로봇이 첨단 기술의 집합체라고 설명했다. 팔.다리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메인 컴퓨터를 기본으로, 몸체 곳곳에는 시각.청각.냄새 등의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센서가 들어 있다. 또 줌 렌즈를 장착한 인공눈으로 인간이 보기 힘든 먼 곳까지 내다볼 수 있고 투명한 금속 피부는 외부환경에 반응해 붉거나 푸르게 변할 수도 있다. 일본 혼다자동차 로봇연구팀의 히로세 마사토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유아 수준의 사고를 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이 몇년내 출현할 것" 이라고 말했다.

◇ 선진국들의 치열한 개발 다툼〓로봇산업이 가장 앞선 곳은 일본이다. 현재 마쓰시타전기산업.소니.NEC.오므론 등의 기업들을 주축으로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혼다는 1986년 EO라는 로봇 벤처센터를 만들고 지금까지 약 1억달러(1천2백50억원)를 투자했다. 그 결실이 아시모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연구소를 설립한 AI 전문가 기타노 히로아키는 ''피노'' 라는 로봇을 곧 공개할 계획이다. 피노는 인간의 사고체계를 모방한 신경망 회로를 가지고 있어, 학습을 통해 걷거나 다른 동작을 배운다.

일본은 전후 만화.영화 등을 통해 로봇이 친숙하게 묘사되면서 관련 산업이 발달할 수 있는 기반이 자연스럽게 조성됐다. 4천여명의 전문 엔지니어들을 보유, 세계 최고의 노하우를 자랑한다. 일본이 로봇 산업에 매달리는 이유는 곧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200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5%에 이를 전망이다. 노동력 부족 현상을 해결할 대안이 바로 인간형 로봇이다. 이 때문에 경제산업성 등 정부 부처가 금융 지원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유럽 연구소들은 생명공학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정형화된 일만 하는 로봇이 아니라 유아가 성장하듯 경험을 축적하고 감정 표현까지 가능한 로봇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미 MIT 미디어연구소의 신시아 브레아질 박사는 이같은 기술을 이용, 최근 주위 환경에 맞춰 간단한 감정 표현을 하는 ''키스멧'' 이라는 로봇을 개발했다.

미 브랜다이스대 연구팀은 ''골렘'' 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로봇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일종의 어머니 로봇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영국의 서섹스대, 스위스 로잔대,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 등도 개인용 도우미 로봇을 연구하는데 매년 수천만달러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 시장 전망〓스웨덴 스톡홀름에 본부를 둔 국제로봇연합(IFR)은 2003년에는 미국.유럽 등에서 40만대의 인간형 로봇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로봇협회(JARA)는 5년 뒤 간호용 로봇 시장이 2억5천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10~15년 뒤에는 개인용 로봇이 PC나 휴대전화기처럼 보편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상이다.

소니 디지털 크리에이처 연구소의 도이 토시 사장은 "2010년이면 일본내 4천6백만 가구마다 적어도 두세개의 로봇을 보유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해 30억달러의 수출을 포함, 로봇 산업으로 57억달러의 소득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