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원화가치 하락 국내경제 미칠 파장]

중앙일보

입력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연일 하락, 1천3백원대를 돌파하자 물가불안은 물론 채권금리 상승 등으로 금융시장까지 흔들릴 조짐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원화가치 하락을 막을 의사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엔화가치와 원화가치의 비율이 10대 1정도(달러당 1백30엔〓1천3백원)만 유지되면 수출경쟁력 유지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앞세우고 있다.

다만 엔화가치가 원화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지거나 원화가치 절하속도가 엔화를 못따라 잡을 때 시장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 자금시장과 물가가 함께 불안하다〓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원화 절하폭을 감안할 때 최소한 1% 포인트의 물가 상승요인이 생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미 수입과일 등 일부 수입품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유가도 국제유가의 안정세에도 불구하고 원화가치 하락으로 오히려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은 원화가치가 10% 하락할 경우 수입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가 1.5~1.7%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이성태 이사는 "원화가치가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해 물가상승률 목표(3±1%)달성을 위협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 결과 국내 자금시장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19일 채권시장은 20일 미국이 금리를 또 인하할 것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채권금리가 상승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동양증권 김병철 채권팀장은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물가상승 기대심리로 채권수요가 떨어지고▶다음달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작아져 채권시장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 설명했다.

◇ 당국, 절하속도에 따라 개입〓최근의 원화가치 하락은 투기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따라서 한은 등 외환당국은 당장 시장에 개입하지는 않을 방침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환율 동향을 봐가면서 정부기관의 외환수급을 조절, 시장안정에 힘쓸 것이란 게 한은측의 입장이다.

한은 이재욱 국제국장은 "2월 7억달러, 3월엔 10억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고 해외 직접투자도 꾸준히 이뤄지는 등 국내 달러수급 상황만 보면 원화가치가 떨어질 이유가 없다" 며 "원화가 엔화와 동반 하락하더라도 심각한 수준으로까지 떨어지지는 않으리라는 의견도 많다" 고 말했다.

한편 금융연구원은 일본은행의 제로금리 복귀 가능성 등에도 불구, 이번주 원화가치는 지난주에 비해 소폭 하락한 1천2백90~1천3백원선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정철근 기자 jcom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