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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나의 세테크] 자녀에게 하루 2000만원 이상 현금 주면 금융당국은 다 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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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사업을 해서 큰 재산을 모은 A씨는 아들·딸에게 평소 물질적으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자녀가 이미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직업도 있지만, 생활비 등을 지원하고 부동산 등 자산을 구입할 때는 수천만원씩 현금을 주기도 한다. 계좌이체를 해서 거래 내역을 남기는 것보다는 현금으로 빼서 주면 세무당국에서 알지 못하니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금융회사에서 현금을 인출한 내역은 정말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을까. 금융회사는 동일인이 하루에 2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입금하거나 출금하는 경우, 그 사실을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를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Currency Transaction Report, CTR)’라고 한다. 불법자금이나 비정상적인 금융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6년 도입됐다. 이 제도에 따라 2000만원 이상의 현금거래에 해당하면 거래자의 신원과 거래 일시, 거래금액 등이 전산으로 자동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2000만원을 넘지 않게 1900만원씩 여러 번에 나누어 지속적으로 현금을 인출하는 것은 보고되지 않을까. 큰 액수의 금액을 빈번하게 지속적으로 인출한다면 이는 의심스러운 거래로 보일 수 있고 ‘의심거래보고제도(Suspicious Transaction Report, STR)’에 따라 이 역시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될 수 있다. 의심거래보고제도는 원화 1000만원 또는 외화 5000달러 상당 이상의 거래로서, 금융재산이 불법재산이거나 자금세탁 행위 등과 연관돼 의심되는 거래에 대해 금융기관이 판단해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기관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보고가 좌우될 수 있지만, 의심스러운 거래를 간과할 경우 금융기관에 법적인 제재가 가해질 수 있으므로 금융기관에서도 이에 대한 감시의무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제도에 따라 얻어진 방대한 금융정보를 세무당국에서 활용하는 데 아직까지는 정보 접근에 제한이 있다. 세무조사 등 필요에 따라 요청 시에만 관련 자료를 제공받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국세청에서는 ‘소득-지출 분석 시스템(PCI)’을 개발해 세금탈루 혐의를 밝히고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하는 등에 활용하고 있다.

국세청 PCI란 국세청에서 보유하고 있는 과세정보 자료를 관리해 일정기간 신고 소득, 재산 증가와 소비지출액을 비교·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본인이 벌어서 쓸 수 있는 소득보다 많은 소비를 하고 재산을 취득하는 경우에 탈루 혐의가 있다고 봐 조사 대상에 선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본인이 벌어들인 소득이 낮은데도 부모에게 받은 현금 등으로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자산을 취득하거나 호화 소비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이 분석시스템에 의해 노출될 수 있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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