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없다며 떼쓰더니”…분위기 좋다고 분양가 올려 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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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지난해 말 현대건설은 세종시에 사놨던 일부 아파트 용지를 계약금 수백억원을 떼이면서까지 해약했습니다.

현대건설뿐 아니라 대림산업 등 많은 업체들이 2007년 계약했던 세종시 아파트 용지에 대해 계약을 해지했죠.

가장 큰 이유는 사업성이 없다는 겁니다. 그때는 세종시 분양시장이 지금처럼 후끈 달아오를 때가 아니었으니까요.

이들은 세종시 땅은 땅값이 비싸 아파트를 분양하려면 3.3㎡당 평균 800만원 이상은 받아야 수익이 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땅값을 일부 깎아 주던가, 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했습니다.


당시로서는 3.3㎡당 평균 800만원에 분양했다가는 미분양될 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이라면 가능하죠. 이후 나온 아파트가 3.3㎡당 800만원에도 수십대 1의 청약경쟁률이 나오는 등 인기를 끌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현대건설이 세종시에서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3.3㎡당 평균 822만원에 말입니다. 사업성이 없다며 생떼를 써서 계약을 해지한 현대건설이 어떻게 세종시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걸까요.

현대건설은 세종시에 아파트 용지 5필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1개 필지는 땅값만 585억이고, 나머지 4개 필지는 땅값이 78억~200억원씩 총 513억원이었습니다. 큰 필지 1개와 작은 4개 필지를 모아 아파트를 짓겠다며 현대건설이 구입했죠.

그런데 2008년 터진 세계 금융위기로 주택시장이 위축되고 설상가상으로 세종시가 정치 논리에 휘말리면서 뿌리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윤을 쫓는 기업으로서 당연히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현대건설을 비롯해 여러 업체들이 세종시 아파트 용지를 수백억원의 계약금을 떼이면서까지 해지했습니다. 세종시 땅을 해지한 업체는 지금은 세종시에서 사업을 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계약을 해지하는 바람에 아파트 용지 분양 입찰에 참여할 자격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땅을 해지한 업체 중 유일하게 현대건설만이 이곳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시장 분위기 좋자 분양가 올려

이게 가능했던 것은 현대건설이 덩치가 큰 1개 필지는 해지를 안 했기 때문입니다. 현대건설은 이 땅을 남겨둔 이유를 “그나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합니다.

바꿔 말하면 이 얘기는 이 땅에서 만큼은 분양가를 3.3㎡당 평균 800만원 이하로 맞출 수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만약 이 땅도 3.3㎡당 평균 800만원 이상 받아야 남는 게 있다고 판단했다면 계약 해지를 요구했을 테니까요. 

그러니 이번에 분양한 현장의 경우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는 사업장인데 부동산 시장이 괜찮으니 값을 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곳입니다. 많은 돈을 벌어야 식솔(직원)을 먹여 살리고 나라 사람에 보탬(세금)이 됩니다. 불법이 아닌 제대로 돈을 벌겠다는 데 토를 달면 안 될 겁니다.

그런데 이런 식이니 건설업계를 바라보는 눈이 고울 리 없습니다. 주택 수요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폭리는 아니더라도 시장 분위기가 괜찮다고 분양가를 쓱 올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계약자에게 돌아올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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