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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과 데이트하러 한강 갔다가…'날벼락'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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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다리 인근에서 데이트를 했던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가 북한 지령을 받고 다리 검문소 운영 기밀을 탐지한 거라며 간첩죄로 처벌됐다. 믿기지 않는 이런 황당한 사실을 JTBC가 3일 보도했다.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엔 이런 일이 벌어진 일이다. 결국 법원은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20대 때 일본 배관 공사장에서 일을 했던 56살 구명우씨.일본에 고작 3개월간 머물렀다.하지만 조총련 소속의 북한 공작원으로 지목된 사람을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24년간 간첩 누명을 쓰고 살아야 했다.1983년 여자친구와 함께 한강 근처에 테니스를 치러 갔던 구씨.한강대교 주변을 10여분 간 걸었다.

수사당국은 "한강대교 현황과 검문 실태에 관한 국가기밀을 탐지했다"며 간첩으로 몰아붙였다. 강화도 여행을 가려고 서울 신촌 로터리에서 버스를 탄 일은 "서울-강화 간 도로 상 검문 실태에 관한 국가기밀을 탐지한 일"로 둔갑했다.서울대학교 근처 매점에서 점원에게 "장사가 잘 되느냐"고 생각 없이 건넨 말도 간첩 행위가 됐다.구명우씨는 " 그걸 목적수행이라고 하더라구요. (북한공작원에) 포섭이 됐다. 포섭이 됐으니까 어떤 지령이 있을 것이다. 그럼 지령이 뭐냐. 이런 식으로 몰아붙였다"고 했다.결국 간첩 혐의로 보안사에 끌려간 구 씨는 물고문, 전기고문을 당했다.구씨는 "가족들까지 동원시켜서 사건을 이렇게 만들려고 하는 걸 보면 비참할 따름이었죠. 역시 고문 앞에는 장사가 없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구 씨는 조총련에 포섭돼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23년간 응어리를 안고 살아야 했던 구씨는 2010년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법원은 "국가가 구 씨에게 3억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내렸다.

온라인 중앙일보, 성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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