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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에도 경매와 수익형이 대세"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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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부동산시장이 위기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경제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는데 가계 빛은 1000조원이 넘는 답니다. 담보대출 이자를 버티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이 늘고, 시장엔 급매물이 쌓이고 있다네요. 온통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뿐입니다.

암울한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꼭 부동산 시장이 아니어도 감지됩니다. 일단 서점가를 둘러봤습니다.

교보문고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목록 20위 안에 부동산 관련 서적은 딱 한권 있습니다. 신한은행 고준석 청담역 지점장이 쓴 <경매부자들>이란 책입니다.

경매 현장의 여러 사례를 통해 고수들이 어떻게 싸게 물건을 잡아 수익을 내는지 보여줍니다. 정기적으로 임대수익을 낼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포커스를 맞춘 게 눈길을 끕니다.

부동산 분야만을 볼까요. 두 번째 잘 팔리는 책도 <저는 부동산 경매가 처음인데요>로 경매관련입니다. 부동산 분야 10위권에는 <부동산 경매 교과서>, <송사무장의 부동산 공매의 기술>, <부동산경매 백과> 등 5권이 경·공매 관련 투자 노하우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침체된 부동산시장에 경매 물건이 늘어날 전망이며, 경매를 통해 싸게 잡아 수익을 높이자는 내용의 책들이 인기를 끄는 겁니다.

나머지 부동산 책은 수익형 부동산을 다룬  겁니다. <빌딩부자들>, <강남부자들>, <임대수익부자들>, <부동산의 꽃 돈 되는 상가빌딩> 등입니다. 모두 빌딩,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 성공사례를 소개하는 내용이죠.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의 미래>는 부동산 분야에서 유일하게 재테크 서적이 아닌 경제 전망 서적입니다. 부동산 자산에 거품이 심각하고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교보문고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부동산 관련 서적은 연간 40~50권 수준으로 호황이었던 2007년의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나오는 책도 과거 아파트, 토지 등 전통적인 부동산 상품에 대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경매와 수익형 부동산 등 틈새시장에 대한 것과 부동산 시장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을 다룬 책이 전부라고 합니다.

극장가에선 건설업계, 비리 온상으로 묘사

극장가는 어떨까요. 대부분 건설업과 부동산업을 비리의 온상으로 묘사하고 있네요.

올 상반기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입니다. 468만명의 관객이 찾았죠. 이 영화를 보면 건설업주가 조직폭력배를 동원하고 공무원에 뒷돈을 대주며 호텔 인허가 사업을 따내는 장면에 묘사됩니다.

지난해 인기를 끈 <부당거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에서 건설업자들은 아파트 사업을 진행하면서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게 기본입니다. 경찰과 검찰의 스폰서를 도맡죠. 이 대가로 입찰비리나 인허가 등에 혜택을 받죠. 올 상반기 건설업계 최대 사건 중 하나인 파이시티 인허가 사건이 오버랩되는 영화죠.

사실 최근 몇 년간 개봉한 조직폭력배 관련 영화를 보면 그들의 주된 업무가 건설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코미디 영화인 <1번가의 기적>이나, 액션 영화인 <짝패><비열한 거리> 등에서 조폭은 재개발 현장에서 시행업과 정비업체 등으로 활동합니다.

주민과 세입자가 쫓겨 난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개발이익은 소수의 건설업자와 이들이 줄을 대고 있는 공무원, 그리고 조폭들이 챙깁니다.

부동산업자도 부정적으로 묘사되긴 마찬가지입니다. 2009년 개봉한 <이웃집남자>에서 부동산 개발업자는 돈을 벌기 위해 지역 주민을 속여 헐값으로 땅을 사들여 자기 잇속만 채우는 비열한 사기꾼으로 묘사됩니다.

이렇게 불법이 판을 치고 합리적인 개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제대로 개발사업이 진행될 리 없겠죠.

요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중단된 사업장 중에는 이렇게 돈이 옆으로 줄줄이 샌 것 때문에 타격이 커진 곳도 있을 겁니다.

아파트 선호 떨어지는 현장 분위기도 보여

올해 400만 관객을 돌파해 한국 멜로영화 사상 최대 관객몰이에 성공한 <건축학개론>을 보면 사람들의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대학생 시절 남녀 주인공은 강남구 개포동으로 놀러가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며 부러움을 느낍니다. 그런 곳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죠. 1990년대 대한민국의 대부분 중산층은 아파트에 사는 것이 꿈이었죠.

하지만 15년이 지나고 남자는 건축가, 여자는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사는 이혼녀로 변신해 다시 만났을 때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여자는 남자에게 제주도에 멋진 단독주택을 짓고 싶다고 말합니다. 남자는 성심 성의껏 멋진 집을 지어주죠. 그리고 여자는 강남의 아파트를 팔고 제주도로 이사를 가면서 영화는 끝이 나죠.

요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가 아닌 넓은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에 사는 것을 꿈꾼답니다. 수도권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짓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네요. 이런 사람들의 변화가 영화에 그대로 녹아있는 셈입니다.

책과 영화는 시대를 담습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에만 있는 게 아니네요. 좀 더 밝은 부동산 시장의 현실과 미래를 담은 책과 영화가 나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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