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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정부의 동아건설 파산 대책

중앙일보

입력

정부의 동아건설 파산 대책이 겉돌고 있다.

정부가 공동 계약자인 대한통운에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마무리하도록 할 방침이지만 대한통운은 반발하고 있다. 12일 건설교통부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없이 끝났다. 설계.자재 조달.수로관 생산.매설 공사 등으로 이뤄지는 대수로 사업 중 관 운송만 담당해 왔기 때문에 공사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건설면허도 없는 회사에 7천여명의 인력과 6천여대의 중장비를 인수해 공사하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 며 "정부 차원에서 완공을 약속한 만큼 정부 주도로 건설업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사를 끝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동아건설의 대수로 공사 사업부문을 떼어내 별도 법인을 설립해 공사를 계속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과 채권단 합의로 동아건설을 구조조정한 뒤 법원에 강제 화의를 신청해 회사를 회생시켜야 한다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는 현행 회사정리법상 별도 법인의 설립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법원도 파산결정문에서 "회사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큰 것으로 평가된 상황에선 수익성이 있는 일부 사업을 떼어내 존속시키고 나머지는 청산하는 형태의 정리계획은 허용할 수 없다" 고 밝혔다.

국내 다른 건설업체에 사업을 인수시키는 방안은 공사의 지연과 추가 비용 문제로 리비아와 채권단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공사가 중단되는 기간을 최소화하려면 '선 시공.후 정산' 방식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공사비가 얼마나 더 들지 모른다" 며 "1980년대 초 신승기업 부도 당시 이 방식을 쓴 결과 비용이 두배로 증가했다" 고 말했다. 강제 화의도 구조조정에 5~6개월이 걸리며 채권단 합의(금액기준 75% 동의 필요)와 법원의 승인 여부가 불투명해 당장 취하기 어렵다.

건교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대수로 공사의 공동계약자인 대한통운이 사업을 승계해 공사를 마무리하는 게 계약 해지를 막기 위한 최선책" 이라며 "이는 리비아가 지난달 요구해온 방안이기도 하다" 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통운이 시공능력이 없어도 동아건설의 인력.장비를 그대로 인수하면 공사하는데 별 문제가 안된다" 며 "계약해지를 당할 경우 대한통운이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되므로 결국 수용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산업연구원 이상호 정책연구위원은 "시공 경험이 없는 회사에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한 공사를 맡기려는 발상은 문제" 라며 "리비아 사업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법의 예외규정을 찾아서라도 추진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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