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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영어교육

중앙일보

입력

3~4세 영유아 대상의 영어교육이 활발해지고 있다. 만 2~5세 유아들이 요리 체험놀이를 하며 원어민 강사에게서 간단한 영어를 익히고 있다.

 조선명(35·여·서울 마포구)씨는 22개월 된 아들 박시현군과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버나비 잉글리쉬 수업에 참여했다. 한 인터넷 카페가 운영하는 이곳에서 한 달 전부터 영어 수업을 받고 있다. 조씨를 포함한 엄마 3명과 박군 또래 유아 5명이 햄버거를 주제로 수업을 했다.

 아담 윌리엄(28·영국) 강사가 상추·토마토·빵 같은 햄버거 재료로 플래시카드를 만들어 게임을 시작했다. 교사가 재료의 이름을 말하면 아이들이 교실 벽과 책상 등에 붙은 그림 카드를 찾았다. 박군은 때때로 엄마 품에 안기기도 했다. 엄마가 수업에 함께 참여해 이해를 돕는다. 월리엄은 아이들에게 재료를 하나씩 나눠주며 ‘please’ ‘thank you’ 같은 쉽고 짧은 영어를 반복했다.

 수업의 목표는 원어민과 친해지기다. 버나비 잉글리쉬 조승호 실장은 “한국말 외에 이런 언어도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3·5살 자매와 이 곳을 찾은 양미화(31·서울 마포구)씨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원어민 교사와 영어로 놀게 해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게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날 수업은 1시간 남짓 진행됐다. 유아의 집중시간을 고려해 한가지 주제로 3가지 활동을 한다. 지난주에는 ‘인디언’을 주제로 수업이 진행됐다. 영상으로 인디언이 어떤 사람인지 본 후 인디언 헤어밴드와 방패를 만들고 인디언 댄스를 배웠다. 4·6살 남매와 수업을 받은 원종춘(40·서울 마포구)씨는 “영어교육을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놀이로 영어를 배우니까 부담 없고 재밌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들로 영·유아들에게까지 영어를 가르치려는 부모들이 나타나면서 영어교육 대상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에 편승해 교육 상품과 프로그램을 출시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언어교육전문가는 “잘못된 학습은 뇌 발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적기에 알맞은 프로그램과 도구에 대한 부모의 선별이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발달상태와 언어 흥미 고려해 시작 시기 결정

 ‘영어교육 알파맘 프로젝트’ 카페 회원 수는 현재 5만4000여 명. 2007~8년에는 6~7세 자녀를 둔 학부모가 많았지만 점점 나이대가 어려져 최근에는 3~4세 학부모들이 늘었다. ‘언제 자녀의 영어교육을 시작해야 할지’‘어떤 방법으로 시작할지’가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조 실장은 “5년 전만 해도 영어교육을 처음 시작하는 시기가 평균 만 6세 정도 였지만 최근에는 태교부터 시작한다”며 “카페 오프라인 어학원에 3~4세 반을 개설한 것도 회원들의 요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 초 윤선생영어교실이 자체 카페회원 66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만 3~4세’에 자녀의 영어교육을 시작한다는 대답이 43%로 가장 많았다. ‘만 5~6세’(29%), ‘만 1~2세’(15%)가 뒤를 이었다. 시작 시기는 ‘남들도 대부분 시작하는 시점’(33%)과 ‘우리말을 다 배웠다고 생각하는 시점’(28%)을 기준으로 잡았다. 내 자녀보다 먼저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을 봤을 때(복수응답)는 41%가 ‘우리 아이가 뒤처질까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극성 부모 밑에서 고생하는 아이들이 안쓰럽다’는 지적도 32%나 됐다. 영어교육을 시작하는 방법으로는 ‘영어 노래·비디오·책 활용’(5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윤선생영어교실 국제영어교육연구소 원용국 선임연구원은 “자녀 영어교육 시작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라며 “아이들 개개인의 발달상태와 언어에 대한 흥미 여부 등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시작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 6~21세까지 학령인구(學齡人口) 감소와 정부의 사교육 억제정책 등으로 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교육업체들이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앞다퉈 내놓고있다. 튼튼영어는 지난해 말 18개월부터 36개월 영유아를 대상으로 영어프로그램인 ‘베이비리그’를 출시했다. 교원구몬은 13개월 이상 영아를 대상으로 한 ‘베이비구몬’을 출시하는 등 영유아 대상으로 교육시장을 넓히고 있다.

 프로그램은 영유아의 특성과 발달 단계를 고려해 인지·정서·감각·신체·사회성을 주제로 내용을 구성했다.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주기 위해 멀티미디어 교구와 교재의 활용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영어교육 적정 시기를 두고 학계에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영아부터, 만 6~13세, 사춘기 이전의 구분이 대표적이다.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서유헌 교수는 “조기교육을 지나치게 시키면 과잉학습장애증후군 같은 스트레스 증세가 나타나 뇌 발달에 장애를 일으키므로 뇌 발달 시기에 맞는 적기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대 김화수(언어치료학과) 교수는 “조기 영어교육 자체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잘못된 방법이 부작용을 만든다는 것이다. “영유아 언어발달선별검사를 참고해 언어습득능력이 빠르면 일찍 영어를 배우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 노래 부르기처럼 놀이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조기 영어교육 프로그램은 아이의 특성을 고려해 선택해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우선 듣기·말하기·읽기·쓰기가 아이의 언어 발달 수준에 맞게 전개돼야 한다. 영어 자료는 원어민이 녹화·녹음해야 하고 별도로 엄마의 지도 자료를 갖춘 것이 좋다. 한국조기영어교육학회 정동빈 교수는 “챈트·노래·역할극·놀이·게임 등이 단계적으로 제시되고, 내용이 반복·나선형으로 구성돼 보충·심화 학습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튼튼영어 허정임 연구원은 “18~36개월 사이에는 언어능력 발달 속도가 빠르다”며 “놀이 속에서 영어 소리를 많이 들려주는 방법”을 추천했다. 예를 들어 ‘색깔놀이’는 다양한 색을 보면서 시각과 인지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빨간색·노란색·파란색 등 물건을 찾아오게 한 뒤 물건을 보며 ‘What color is it?’, ‘It’s red’, ‘It’s orange’ 등 색상 표현을 큰 소리로 말해보는 식이다.

 ‘까꿍놀이’는 기억력을 키워 아이들의 두뇌 발달을 촉진한다. ‘I see your eyes’, ‘I see your ears’, ‘I see your fingers’ 등 목적어만 바꿔가며 다양한 신체 부위와 주변 사물을 영어로 익힐 수도 있다.

<박정현 기자 lena@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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