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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뷔통 ‘3초 백’ 가격 50% 오를 때 주가도 50% 올라

중앙선데이

입력

‘가치투자’를 중시하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해외 출장 때마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고가 패션(럭셔리) 브랜드 매장을 꼼꼼히 훑어본다. 루이뷔통ㆍ에르메스ㆍ프라다ㆍ까르띠에…. 세계 명품 소비 주력으로 떠오른 중국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브랜드들이다. 강 회장이 실제로 물건을 사는 일은 드물다. 어떤 브랜드 매장에 손님이 많은지, 중국인은 어떤 제품을 많이 사는지 눈여겨봤다가 투자 종목을 정할 때 활용한다. “경기가 좋지 않아도 고가 브랜드에 대한 소비는 잘 줄지 않지요. 특히 중국 부자들의 움직임을 잘 살펴야 합니다.”

코스피의 29일 종가는 전날보다 34.83포인트(1.91%) 오른 1854.01. 삼성전자·현대자동차 같은 몇몇 초대형주를 빼면 70% 이상 종목 주가는 올 들어 제자리걸음했거나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

이에 요즘 관심을 부쩍 끌기 시작한 것이 해외 증시에 상장돼 럭셔리 의류·장신구·화장품을 다루는 고가 패션 브랜드 종목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눈에 띄게 몰리고 있다. 국내 최대 고가 패션 브랜드 투자펀드인 ‘미래에셋 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펀드’에는 올 들어 908억원이 몰렸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프라이빗뱅킹(PBㆍ부유층 자산관리 서비스) 센터를 통해 팔려나간 홍콩 프라다 주식 수는 지난해 말보다 열 배 이상으로 늘었다.

부유층이 주 고객인 고가 사치품 시장은 가격 탄력성이 낮고 소비자 충성도가 높아 경기를 덜 탄다. 고가 패션 브랜드 시장의 성장 속도는 빠르다. 다국적 경영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에 따르면 전 세계 럭셔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280조원으로 15년 전보다 세 배 이상으로 커졌다. 소비침체가 심하다는 올해도 지난해보다 8% 성장할 전망된다. 특히 중국 ‘왕서방 명품족’을 포함해 신흥국 부자들의 구매가 크게 늘고 있다. 전 세계 명품산업 소비에서 중국인 비중은 2006년 17%에서 지난해 29.7%로 늘었다고 씨티그룹은 분석했다. 내년에는 34.4%로 더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서 럭셔리 브랜드 제품 말고 ‘럭셔리 주식’을 구입할 방법은 뭘까. 럭셔리 브랜드에 어두운 편이라면 금융회사 펀드에 드는 것이 좋다. 일단 국내 판매 중인 명품 펀드 4종을 살펴보자. 미래에셋 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펀드 이외에 에셋플러스 글로벌리치투게더펀드, 한국투자 럭셔리펀드, 우리 글로벌럭셔리펀드가 있다. 올 들어 수익률은 우리 글로벌럭셔리펀드가 8%로 가장 좋고 한국투자 럭셔리펀드가 3.4%로 가장 낮다.

펀드별 특성을 보면 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펀드는 독일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 BMW와 미국의 카지노그룹 샌즈 등에 투자한다. 글로벌리치투게더펀드와 한국투자 럭셔리펀드는 루이뷔통을 생산하는 프랑스의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명품 시계 까르띠에를 만드는 스위스 시계그룹 리치몬트 투자 비중이 크다. 우리 글로벌럭셔리펀드는 미국 럭셔리 브랜드 코치와 또 다른 스위스 시계그룹인 스와치에 주로 투자한다.

공격적 투자자라면 이들 펀드가 투자하는 기업 주식을 직접 살 수 있다. 리딩투자증권ㆍ신한금융투자ㆍ삼성증권 등 10여 증권사에서 하는 해외주식 매매 중개서비스를 통하면 된다. 직접 투자할 때는 앞서 소개한 네 개 펀드의 주요 투자 종목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이들 펀드의 보유 비율 상위 5대 종목에는 LVMH·리치몬트ㆍ애플이 거의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 럭셔리펀드를 운용하는 이정숙 펀드매니저는 “이 세 개 기업이 혁신을 선도하며 성장하는 대표적인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LVMH는 루이뷔통을 비롯해 크리스찬 디올·펜디·불가리 등 60여 개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이다. 특히 루이뷔통은 ‘3초백’으로 불리는 스피디(Speedy) 가방이 유명하다. 3초백은 ‘3초마다 거리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여성에게 인기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국내 판매 가격이 2007년 초부터 현재까지 50% 올라 104만5000원이지만 인기가 꾸준하다. 이 가방을 살 때 LVMH의 주식도 같이 샀다면 어땠을까. 우리자산운용에 따르면 프랑스 증시에서 LVMH의 주가는 116.25유로(16만7400원)로 2007년 초보다 50% 가까이 올랐다. 가방 가격이 오른 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LVMH의 주가는 올해 초에 비해 9.6% 오른 상태다. 우리 글로벌럭셔리펀드를 운용하는 강석훈 펀드매니저는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에서 이 정도면 선방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주가가 오른 건 물론 실적 덕분이다. 우선 영업이익률이 20%대로 매우 높다. 100만원짜리 가방을 팔면 20만원을 남겼다는 이야기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LVMH는 올해 269억 유로(약 38조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13.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VMH의 목표주가로 150유로를 제시했다.

리치몬트는 까르띠에 외에도 몽블랑ㆍ반클리프앤아펠 등의 고가 패션 브랜드를 보유했다.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은 29%, 이익은 10% 늘어나는 성장세를 보였다. 애플은 지난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한 데 힘입어 지난 4월 초 뉴욕 나스닥시장에서 주가가 애플 창립 이래 최고치인 463.29달러를 기록했다. 강방천 회장은 “애플은 일반 럭셔리 업체와는 다르지만 제품력과 창의성·수익성 면에서 명품 대접을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주식영업팀은 최근 PB센터를 이용하는 고액자산가들에게 홍콩 증시에 상장된 고가 패션 브랜드의 주식매매를 추천하고 있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인 프라다와 미국 고급 가방 브랜드인 샘소나이트, 프랑스 고급 화장품 브랜드 록시탕 등이다. 이 중 프라다는 올 들어 주가가 46%나 오르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분기에 매출 6억8670만 유로(989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8%, 순이익은 1억2170만 유로(1750억원)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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