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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인터넷 정보 생산자에겐 고비용

중앙일보

입력

냅스터의 사례는 인터넷의 혼란스러운 현재와 불확실한 미래를 잘 보여준다. 1999년 4월 시작된 그 서비스는 이미 6천2백만명의 가입자를 두고 있다. 디지털 포맷으로 녹음된 음악이면 그 어떤 것도 다운로드와 복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제 美 연방법원은 냅스터의 무료 배포가 저작권법을 위반한 기술적 해적 행위라며 중지 위협을 가하고 있다. 냅스터가 가입자들로부터 다운로드 비용을 받고 또 음반사에 로열티를 지불한다 해도 살아남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냉정하게 따질 때 인터넷은 아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엄청난 투자를 뜻한다. 인터넷은 웹사이트와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구축에 거액을 쏟아부은 벤처 자본, 투자자 및 주요 기업들의 풍부한 자금지원을 받아 왔다.

그러나 소비자가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 지불하는 돈(흔히 무료이거나 미미한 액수다)으로는 전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 결국 소비자가 이 비용을 지불하는 날이 오더라도 과연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는 분명치 않다.

그것이 분명해질 때까지 주요 기업들은 자신들의 막대한 인터넷 투자를 늘릴 의욕을 잃는다. 최근에만도 월트 디즈니사는 그간 운영해온 GO닷컴 포털에 대한 폐쇄 결정을 발표하며 지난해 포털 운영에 약 2억5천만달러의 손해를 보았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대한 이같은 지출 둔화는 경제를 악화시키는 것과는 별도로 인터넷의 앞날에 더욱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우리는 그 기술에 넋을 빼앗긴 나머지 자동적으로 인터넷은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복지상의 엄청난 진보를 반영한다고 생각했다(언젠가는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인터넷은 비생산적이고 고비용이며 낭비적이다.

인터넷 경제의 몇몇 지표를 살펴보자.

■美 상무부는 컴퓨터·소프트웨어·책·의류가 주도한 지난해 전체 온라인 소매 매출 총액이 2백58억달러라고 발표했으나 이것은 3조2천3백20억달러에 이르는 전체 소매 매출액의 0.8%에 불과하다.

■비영리 단체인 인터넷 애드버타이징 뷰로에 의하면 인터넷 광고는 2000년도 3·4분기의 경우 19억9천만달러로 2·4분기의 21억달러보다 감소했다. 2000년 한햇동안에는 80억∼90억달러로 추산되지만 이것 역시 전체 광고액의 4%에도 못미친다.

■온라인 항공권 예약은 급속히 늘고 있지만 전체 예약의 약 9%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코네티컷州 셔먼에 위치한 컨설팅회사 포커스라이트의 조사결과다.

■온라인 주식계좌는 엄청나게 증가했으나 기존의 증권사를 통한 계좌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다. 뉴욕증권거래소측은 온라인 계좌 수가 1997년의 4백만개에서 지난해 1천8백만개로 증가했지만 기존의 증권사 계좌 수는 6천1백만개에서 6천만개로 소폭 준 것으로 추산한다.

인터넷상에서는 평균비용이 높은 반면 한계비용은 낮거나 거의 제로다. 한계비용이란 어떤 재화나 서비스에서 한 단위를 더 생산 또는 판매할 때 드는 비용으로 인터넷의 경우 이 비용은 무시할 정도로 미미하다. 일단 데이터 파일만 저장되면(또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그 파일을 한명의 다른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매우 미미하다. 그러나 기업들은 평균비용(즉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때만 생존이 가능하다.

역설적인 것은 인터넷이 이용자들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하다보니 그 대부분이 별로 가치가 없다는 점이다. 그 정보는 간혹 읽히거나, 아니면 전혀 읽히지 않는다. 필자는 항상 뉴스위크 본사에서 눈에 띄는 낭비를 보면서도 그 낭비에 참여한다.

기자들은 끝없이 웹을 뒤지고 보도 내용과 문서를 다운로드받지만 그 중 일부는 읽고, 일부는 저장만 하고 읽지 않으며 또 일부는 프린트는 하지만 읽지 않다가 결국 휴지통에 버린다. 모두 ‘무료’이기 때문이다.

아마존닷컴과 BN닷컴이 스티븐 킹의 소설 ‘라이딩 더 불릿’을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하자 소비자들은 며칠 내로 약 50만회나 다운로드했다. 그러나 시장조사 결과 실제 읽은 사람은 5%에 불과하다(팜파일럿용 전자책을 판매하는 피넛프레스닷컴의 마이클 시그로브스 부사장).

냅스터의 천재성은 노래 파일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체적인 음악 베이스를 돈 한푼 들이지 않고 구축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법원이 음반업계의 항의를 받아들여 저작권 침해 결정을 내리게 된 부분이다.

이제 논평가들은 음반업계가 냅스터와 공동으로 추진하든 말든 간에 약간의 비용으로 다운로드가 가능한 온라인 서비스를 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사업이 번창할 것이라는 멋진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은 누구도 그 구체적 방법을 찾지 못했다. 모든 인터넷 사업체가 공통으로 당면한 문제는 바로 투자에 대한 수익을 돌려줄 현실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이다.

인터넷은 본질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다. 그것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언젠가는 음성·화상·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할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투자 열풍이 경제에 지속적인 추진력을 제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닷컴 기업의 붕괴는 긴축 시대를 열었고, 증시는 정보통신과 인터넷 기업에 적대적으로 돌아섰다. 일부 재래식 기업들도 웹사이트 운영 손실을 줄이려 애쓰고 있다. 인터넷은 판촉용으로는 적격일지 몰라도 멋진 수익모델을 개발하지 못하는 한 경제를 이끌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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