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너마저 … 신용등급 AA-서 A+로 강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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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미국 5위 신용평가회사인 이건존스가 27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신용전망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여차하면 추가로 등급을 내릴 수 있다는 경고다. 독일이 그리스 등에 돈 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이건존스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그리스나 다른 회원국이 유로존(유로화 사용권)을 탈퇴하든 안 하든 독일은 많은 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독일 정부와 중앙은행은 그리스·포르투갈·아일랜드 등에 구제금융과 긴급자금 형태로 막대한 자금을 빌려줬다.

 이건존스는 “독일 정부 등이 그리스 등에 직접 지원한 돈이 7000억 유로(약 1029조원)에 이를 듯하다”며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이건존스의 진단은 이달 초 미 자산운용사인 카멀의 보고서 요지와 같은 맥락이다.

 이건존스는 “독일이 돈을 떼이면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14%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요즘 독일의 국가부채비율은 80% 정도다. 이건존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로존 통합채권(유로본드) 발행, 통화량 확대 등을 놓고 다른 회원국 정상과 긴장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메르켈의 고집이 유로존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메르켈은 27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한 뒤 28~29일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해 유로존 위기 대응책을 논의한다. 최근 ‘헤지펀드의 귀재’인 조지 소로스는 “메르켈이 잘못된 전략을 선택해 위기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정상회의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독일 재무부는 이건존스의 강등과 진단 등에 대해 논평을 하지 않았다.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 등 메이저 신용평가회사는 독일에 최고인 AAA(트리플A) 등급을 부여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건존스의 강등이 유로존의 맹주인 독일의 밝지 않은 앞날을 미리 알려주는 징조일 수 있다는 게 외신들의 전반적인 평가다.

이건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인(NRSRO: Nationally Recognized Statistical Rating Organizations)을 받은 신용평가회사. 각종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이나 특수목적법인은 NRSRO로 지정된 신용평가회사에서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 회사 이름 이건존스는 설립자인 존 이건과 브루스 존스의 성을 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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