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설탕, 할당관세 연장은 특혜 준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정부가 수입 설탕의 관세 혜택을 내년 6월 말로 연장하자 제당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5일 ‘하반기 할당관세 적용계획’을 통해 이달 말 끝날 예정이던 설탕·치즈·삼겹살 등 44개 수입 품목의 관세 혜택을 연장하기로 했다. 그중 내년으로 기한이 연장된 것은 설탕·원당의 두 품목. 나머지는 올해 말까지만 연장된다. 기본관세 30%인 설탕에 지난해 8월 적용한 0% 관세를 앞으로 1년 더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김경희 기획재정부 산업관세과장은 “설탕의 재료가 되는 국제 원당 가격은 내려가고 있는데 국내 설탕 값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수입설탕과의 경쟁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에 제당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잡기를 앞세워 수입설탕에 특혜를 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외국의 경우 미국은 53.6%, 일본은 127.9%처럼 오히려 높은 수입관세를 매기고 있다”며 “브라질·태국 등지에서 덤핑으로 수출하고 있는 설탕 때문에 자국 업체가 입게 될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할당관세 적용 이후 무관세로 들어온 수입설탕은 국내 설탕보다 약 10% 저렴하다. 올해 1~5월 설탕 수입량은 1만71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70% 늘어났다.

 국내 제당업계는 “현재 설탕의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설탕이 물가중점관리품목에 들어가면서 원재료값이 올라도 제품값을 못 올렸다는 것이다. 제당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압박으로 가격을 못 올려 제당업체 3개사를 합쳐 2010년 763억원, 지난해 334억원 규모의 적자가 났을 정도”라며 “이젠 또 수입산으로 가격을 잡겠다는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