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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의 도전 … 이젠 ‘회원제’ 코스트코 넘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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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6일 서울 독산동 빅마켓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빅마켓은 롯데마트가 국내 업체로는 처음 시도하는 회원제 할인점이다. 연회비 3만~3만5000원을 내야 이용할 수 있다. 상품 가격은 기존 대형마트보다 10~30% 저렴하고 명품도 판매한다. [사진 롯데마트]

“회원카드 좀 보여주세요.” 26일 오전 서울 독산동의 회원제 할인점인 빅마켓. 빨간 조끼를 입은 점원들이 매장 입구에서 고객들의 회원카드를 꼼꼼히 점검했다. 회원카드가 없는 일부 고객은 입구 한쪽에 마련된 회원카드 발급처에서 신규 등록을 한 뒤에야 매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은 롯데마트가 국내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만든 회원제 할인점 빅마켓(VIC Market). 현재 임시 운영 중이며 28일 공식 개장한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회원제 할인점으로 운영 중인 미국계 코스트코에 맞서 토종업체가 도전장을 낸 셈이다.

 빅마켓은 기존 대형마트와 달리 개인은 연간 3만5000원, 법인은 3만원의 회비를 내야 이용할 수 있다. 매장 모습도 여느 대형마트와는 완전히 달랐다. 창고 같은 매장에 기저귀나 주방세제 등 각종 상품을 선반 위에 박스째 진열했다. 또 기존 대형마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프라다 핸드백이나 까르띠에 시계, 팬디 선글라스 같은 해외 명품도 눈에 띄었다. 상품은 3000여 종에 불과해 5만여 종의 구색을 갖춘 일반 대형마트보다 단출했다. 하지만 이 중 1000여 종이 해외에서 직수입한 상품들이었다.

 박영화 빅마켓 점장은 “상품 구색을 대폭 줄이고 포장을 대량으로 하는 대신, 가격을 일반 마트보다 10~30% 정도 확 낮춘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회원제로 운영하는 만큼 회원들 수요에 철저히 맞춘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매장 안 상품 가격은 대부분이 기존 대형마트보다 낮았다. 해찬들 쌈장이나 세탁세제 등은 50%가량 저렴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온 주부 김양희(48)씨는 “일반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많이 싸서 자주 오면 회비 3만원을 뽑고도 남을 것 같다”며 “하지만 상품 수, 특히 먹을거리가 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회원제 할인점으로 바뀐 빅마켓은 당초 롯데마트 금천점이 있던 곳이다. 롯데마트가 주변 대형마트와 차별화하기 위해 회원제 할인점으로 재단장했다. 금천점 주변에는 반경 5㎞ 안에 금천점을 포함해 롯데마트(2개), 이마트(3개), 홈플러스(2개) 등 7개의 대형마트가 들어서 있었다. 상품 구성도 엇비슷하고 가격도 크게 차이가 없었다. 비단 금천점 주변뿐 아니라 전국의 상황이 이처럼 포화상태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운영 중인 점포 수만 전국에 370개다. 대형마트가 치열한 출점 경쟁을 벌인 결과다.

물론 대형마트는 그동안 상품의 생산·기획과정부터 참여해 무수한 자체 브랜드상품(PB)을 개발하며 가격 낮추기에 골몰해왔다. 하지만 생산 방식은 달라도 이후 엇비슷한 유통, 진열, 판매 과정을 거치다 보니 가격 경쟁에도 한계 상황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마트가 돌파구로 선택한 것이 회원제 할인점이다. 롯데마트는 하반기 중 경기도 화성에 빅마트를 추가 개점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뿐 아니라 다른 대형마트들도 새로운 형태로의 변신을 시도 중이다. 이마트는 연초부터 트레이더스라는 이름의 창고형 할인점을 잇따라 개설하고 있다. 이미 부산과 인천·대구·대전 등 6곳에 문을 열었다. 매장 내 진열 상품 수를 5000여 종으로 줄였다. 또 박스째 대포장상품을 팔고 매장 안 관리직원도 소수만 배치했다.

 대형마트의 변신은 ‘우리 마트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을 많이 확보해 가장 싼 가격에 팔자’는 쪽으로 맞춰져 있다. 하지만 매장의 형태는 대형마트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1990년대 초로 되돌아가는 양상이다. 국내에서는 90년대 초 월마트나 까르푸 같은 글로벌 유통업체가 창고형 할인매장 형태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소비자들은 창고 같은 매장에 박스째 쌓인 상품을 낯설어했다. 이후 외국계 업체가 철수하고 깔끔한 인테리어와 친절한 직원들이 늘어선 현재 같은 대형마트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엔 소비자들이 달라졌다. 거품을 쫙 빼고 가격을 낮춘 실속 매장을 찾는 이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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