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위험 흥행보다 안전한 '반쪽경선' 택한 박근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이 결국 ‘반쪽짜리’ 행사로 치러질 전망이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25일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선 후보를 확정할 전당대회를 8월 20일에 치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일정이 현행 당헌·당규대로 결정됨에 따라 비박(非朴)계 3인(정몽준·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의 경선 불참이 유력해 보인다.

 김영우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현행 룰에 따라 8월 19일에 대선 후보 경선을 실시하고, 20일에 전당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일정이란 ‘정치 스케줄’을 확정한 것은 당 지도부가 비박 주자 3인이 요구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사실상 거부했음을 뜻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행 룰대로 전당대회 날짜를 정한 것은 오픈프라이머리는 불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려면 전국위원회·상임전국위를 잇따라 열어 당헌·당규를 바꿔야 한다. 또 경선 룰 조정, 선거인단 모집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기에다 야당 지지자들이 끼어들어 약한 여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역선택’ 현상을 막기 위해 여야 합의하에 선거법도 손질해야 한다. 이러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데다, 그럴 뜻도 없음을 보인 셈이다. 다만 지도부는 비박계의 반발을 의식해 “후보등록 직전인 7월 9일까지 비박 진영과의 대화 창구는 열어두겠다”(김 대변인)며 여지는 남겨뒀다.

 지도부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대선 경선엔 박근혜(얼굴)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김태호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만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 비박계 3인은 경선 룰 논란 과정에서 줄곧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없이 경선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반면 경선 출마를 저울질해오던 김태호 의원은 이날 “고심을 접었고 이제 결심의 시간이 임박했다”며 “조만간 출마 선언을 하겠다”고 밝혔다.

비박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박근혜계 중심의 당 지도부가 경선 일정을 고수한 이유는 뭘까. 박근혜계는 비박계의 요구를 ‘억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선 불참 카드를 들고 나온 비박계와 경선 룰을 놓고 논의해도 시간만 끌 뿐 타협이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박근혜계는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극히 부정적이다. ‘대선 필패 코스’라고 할 정도다. 박근혜계 핵심 인사는 “당 대표 선거만 해도 부정이 나오는 판인데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다 작은 부정이라도 나오면 돈 선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배어 있는 새누리당에 치명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이 문재인·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 참여하는 경선을 통해 흥행몰이를 예고하고 있고, 당 외곽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전당대회가 ‘박근혜 추대식’으로 흐를 경우 대선가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의 한 측근은 “일방적인 게임이 예상되는 새누리당의 경선 구도를 놓고 야권과 같이 흥행 경쟁을 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박 전 위원장은 ‘약속은 지킨다’는 컨셉트를 토대로 국가 운영 구상을 상세히 내보이는 길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번 주 경선 캠프를 꾸리고 7월 초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뒤 국가 운영 구상을 하나씩 제시하겠다는 복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