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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지오지브라 활용한 수학 학습 현장

중앙일보

입력

“내가 만드는 공식에 따라 그래프가 움직여요.” 최경식(왼쪽) 교사가 김정호군과 컴퓨터 수학 프로그램인 지오지브라의 활용법을 얘기하고 있다.

 김정호(경기도 충의중 3)군은 매주 금요일 방과후엔 수학을 배우기 위해 학교 컴퓨터실을 찾는다. 소수의 학생을 선발해 수업하는 심화수학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수학수업이지만 노트와 필기도구는 지참하지 않는다. 선생님의 설명을 따라 컴퓨터 화면을 마우스로 클릭하는 것이 전부다. 빈 화면에 김군의 손놀림을 따라 X, Y좌표가 그려지고 2차 함수 포물선도 굵직하게 나타난다. 최근 수업시간에 배우고 있는 2차함수를 활용한 각종 그림과 포물선을 그리는 작업이다. 지난주부터는 이차함수 내에서 여러 개의 점을 원운동시키는 파일을 만드느라 바쁘다. 김군은 “내가 만드는 공식에 따라 함수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며 “이제는 이차함수의 식만 봐도 어떤 모양의 그래프가 나타나는지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진다”고 자랑했다.

 김군이 사용하는 컴퓨터 수학 프로그램은 지오지브라(GeoGebra, 기하학Geometry과 대수학Algebra의 조합어)다. 기하와 대수, 미적분을 비롯한 거의 모든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활용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다. 2001년 잘츠부르크대학에서 개발돼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다. 무료 소프트웨어로서 홈페이지(www.geogebra.org)에서 누구나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지오지브라연구소장 최경식 교사(경기도 충의중)가 2009년에 한국어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학교 현장에 도입해오고 있다.

 지오지브라의 장점은 원리와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학습자는 점과 벡터, 원뿔곡선(이차곡선)과 함수를 직접 화면에 그려보고 이를 움직일 수도 있다. 최 교사는 “x와 y의 방정식을 풀 수 있는 학생도 막상 그래프상의 x, y와 자신의 답은 연결해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숫자로 만들어진 공식을 머릿속에서 그림화(기하)하는 것에 실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오지브라는 학생들의 이런 어려움을 돕는다. 대수창(숫자)에 식을 입력하면 기하창(그림)에서 자동으로 그래프가 나타난다. 그래프를 그리면 대수창에 식이 자동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최 교사는 이 프로그램을 수업시간에도 자주 활용한다. 올해는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일차함수의 원리를 익히는데 활용하는 중이다. 매주 금요일에 진행하는 심화수학 수업시간에는 창의사고력을 키우는 도구로 지오지브라를 활용한다. 중학 교과 과정의 수학 공식을 이용하면 움직이는 선풍기부터 태양계의 행성운동까지 화면에 나타낼 수 있어서다.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에게도 유용하다. 자율형 사립고인 서울 경희고는 고3 수험생을 대상으로 지오지브라를 활용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리영역의 전 범위 개념을 지도해 왔다. 개념지도와 문제풀이, 시험 문항 출제와 수행평가도 이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2009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4년째다.

 수업을 진행하는 양성현 교사(수학)는 “삼각형의 외심부터 원의 방정식, 삼각함수까지 중학 교과 과정부터 고교 과정의 개념을 눈으로 보고 학생이 직접 움직여 볼 수 있어 수학의 원리를 쉽게 깨닫도록 도와준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숫자로 변수를 입력하면 옆 창의 그래프가 즉각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원리를 이해하는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게임형식으로 풀이능력과 흥미 함께 제공

 컴퓨터 게임으로 수학의 흥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국립 과천과학관은 2010년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전국 온라인수학게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초등수학과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수와 연산, 도형, 측정, 규칙성, 확률과 통계 등 5개 영역을 교과분석해 5개의 게임으로 구현했다.

 학생들은 마우스를 클릭해 블럭을 회전시키며 입체도형의 움직임을 익힌다. 생수병 아이콘을 조합해 비례식과 연비를 이해했는지도 증명한다. 게임을 마치고 나면 분야별 게임점수가 전국 응시자의 학년 평균과 비교한 그래프로 분석된다.

 국립과천과학관 사이버과학관과 이순옥주무관은 “취약한 점수를 확인한 뒤 그 부분을 반복해 게임하거나 공부하면 자연스레 해당 교과영역의 실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경쟁심리를 자극하고 학습집중도가 높아져 학부모의 반응도 좋다”고 덧붙였다.

 학생들도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 17일까지 진행된 예선대회에는 전국 학생 8만3243명이 참여해 성황리에 진행됐다. 지난해 대회에서 대상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을 수상한 김호준(서울 영도초 5)군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수학 공부에서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흥미를 느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숫자를 계산해서 수의 크기를 비교해야 했어요. 급하게 서두르다 세 번만 틀리면 게임이 종료됐죠. 빠르고 정확하게 암산하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어요.” 기계적으로 연습했던 계산능력을 게임 방식으로 습득하면서 수학에 대한 흥미도 함께 느꼈다. 이 주무관은 “올해 하반기에는 초등수학학습 전과정(36개 게임컨텐츠)의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라며 “전국 각 학교와 도서산간벽지, 소외계층에도 상시로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컴퓨터를 활용한 수학 학습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의 다면적 이해를 돕는 것이다. 지난 1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에서 ‘전국 중고교의 공학도구활용’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공식과 풀이방법만 암기하는 현재의 교육방식을 탈피하는 대안 중 하나로 계산기와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활용을 권장했다. 교과부 권기석 수학교육정책팀장은 “수식의 변화로 인해 생기는 복잡한 그래프를 그리는 과정을 컴퓨터에게 맡기고 학생들은 수학의 원리와 해법을 이해하는데 집중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를 활용한 수학학습은 최상위권보다는 중상위권 이하의 학생의 학습효율을 높이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양교사는 “최상위권 학생은 머릿속에서 이미 대수와 기하의 유기적 연결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공식의 단순 암기와 문제풀이에만 맴돌고 있는 중위권 이하의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흥미와 실력을 높이는데 효과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를 활용한 수학학습, 이렇게 해보세요.

① 수학학습을 돕는 무료 소프트웨어·게임을 찾아 다운받으세요.
② 프로그램의 설명서를 활용해 사용법을 정확하게 익히세요.
③ 취약한 단원의 기본원리를 컴퓨터에서 시각적·기하적·대수적으로 접근하세요.
④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크고 복잡한 숫자를 대입해 생생한 숫자 감각을 느끼세요.
⑤ 기본 공식을 응용해 나만의 방정식과 도형을 개발해보세요.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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