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사망후 돌변한 부모, 임신 중인 며느리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Q 결혼 6개월 만에 남편이 사고로 숨졌습니다. 저는 임신 3개월이 됐고요. 비행기 조종사였던 남편은 보험을 여러 개 들어둬 사망 시 30억여원을 받을 수 있게 해놨고 수익자는 ‘상속인’으로 돼 있습니다. 시부모님은 남편이 거액의 보험금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제게 “내 아들 돈을 한 푼도 줄 수 없다. 보험금과 재산은 우리 것이니 너는 배 속의 아이를 지우고 새로 결혼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결혼한 지 1년도 안 돼 혼자 아이를 키울 것을 생각하면 막막하고 시부모님과 싸울 자신도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를 낙태한다는 건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시부모님과 법적으로 다투면 저와 배 속의 아이는 남편 재산을 상속 받을 수 있을까요?

A 남편을 잃자마자 시부모님이 냉정하게 돌아서서 힘들겠습니다만 다행히 소송을 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의뢰인이 낙태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하면 30억원의 유산은 모두 상속 1순위인 의뢰인과 아이의 것이 됩니다. 우리 민법에서 태아는 권리와 의무가 없지만 상속에서는 예외로 하기 때문입니다. 민법 1000조 3항에는 ‘태아는 상속 순위에 관해서는 출생한 것으로 본다’고 돼 있습니다. 태아의 상속권을 인정하는 것이지요.

 다만, 배 속의 아이가 살아서 출생해야 온전한 제 몫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시부모님 바람대로 아이를 지우게 되면 태아뿐 아니라 의뢰인 역시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게 됩니다. 민법 1004조 상속결격 사유에는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등을 살해한 자’는 상속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 경우 상속 2순위인 직계존속(시부모님)이 남편의 보험금과 재산을 상속받게 됩니다. 만약 남편 사망 후 정신적 충격으로 아이가 유산되면 어떨까요? 이 경우에는 고의로 살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뢰인은 시부모님과 공동 상속인이 됩니다. 힘드시겠지만 부디 건강하게 아이를 출산하시고 시부모님과의 갈등도 해결하시기 바랍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