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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경제 르포] 투자 유치 못한 영종하늘도시는 ‘사막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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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입주가 한 달 뒤 시작되지만 아직 도로 등 도시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아파트만 들어서 있고 주변이 황량하다. [영종=강정현 기자]

장밋빛 꿈은 온데간데없다. 현실은 흙먼지 날리는 희뿌연 하늘뿐이다. 인천대교를 건너면(인천공항 방향) 마주치는 인천 영종경제자유구역(영종하늘도시) 얘기다.

 21일 둘러본 영종하늘도시는 아파트 입주를 앞둔 들뜬 신도시라기보다는 그저 황량한 사막 같다. 영종하늘도시에선 8월 초 동보노빌리티 585가구를 시작으로 내년 1월까지 1만405가구의 집들이가 예정돼 있다. 이미 분양된 아파트 공사는 진행되고 있으나 테마파크·복합전시관 등이 들어설 자리엔 흙먼지만 가득하다. 현재 영종하늘도시에 들어선 건물이라고는 공사 중인 아파트 9개 단지와 학교 1곳뿐이다.

 2008년 닥친 세계 금융위기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아파트 사업을 비롯해 각종 개발사업이 지연·무산됐기 때문이다.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용지(69개 필지)는 2008년 분양이 시작됐지만 아직 70%에 이르는 48개 필지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48개 필지 중 30여 개 필지는 2008년 건설업체가 사갔다가 사업성이 없다며 최고 200여억원의 계약금을 떼이면서까지 포기한 땅이다.

 아파트만이 아니다. 한국판 브로드웨이를 만들겠다던 야심찬 영종브로드웨이 개발 사업은 2014년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투자 유치 실패로 사업이 무산될 위기다. MGM스튜디오·밀라노디자인시티 등 영종하늘도시 핵심 개발 사업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영종개발과 이창수 주무관은 “하늘도시 투자를 고려했던 외국 투자자들이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투자를 취소한 게 주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영종하늘도시와 인천 청라지구를 잇는 무료도로인 제3연륙교는 착공조차 못했다. 이곳에서 인천이나 서울로 가려면 유료도로인 인천대교·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통행료만 왕복 7000~1만5400원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주를 앞둔 아파트 분양권 호가(부르는 값)는 분양가보다 10~15% 싸지만 거래는 실종됐다. 영종하늘도시 A공인 김모 사장은 “계약금(10%)을 포기하고 중도금 대출 이자(전용면적 84㎡형이 약 1600만원)까지 대신 내주겠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영종도 개발 소식에 투자자가 몰리며 강세였던 영종도 내 기존 주택 시장도 울상이다. 영종도에서 나온 기존아파트 경매 물건은 2009년 15건에서 지난해 120건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 5월 말까지 58건이 경매에 나왔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 하유정 연구원은 “대출 받아 기존아파트를 매입했다가 이자 부담을 못 견뎌 경매에 부쳐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입주예정자는 집단으로 입주 거부에 나섰다. 사기분양이라며 건설업체와 인천시 등을 상대로 계약 해지 소송도 벌이고 있다. 건설업체는 2009년 10월부터 제3연륙교 등 각종 계발 계획을 앞세워 아파트를 분양했다. 입주예정자대표연합회 정기윤 회장은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계약자 절반 정도인 2500여 명이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며 “영종하늘도시는 정부와 인천시, 건설업체가 합작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종하늘도시의 앞날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제3연륙교 건설은 정부가 반대하고 있고, 유로존 금융불안 확산으로 투자 유치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송도·청라지구 등 이웃한 인천의 또 다른 경제자유구역과 경쟁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영종=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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