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LB] 비즈켈 '나 돌아갈래'

중앙일보

입력

"장기계약할 거라고? 그럼 내 얘기 좀 들어봐."

1995시즌 중반, 오마 비즈켈(32, 유격수)
은 소속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7년간 2천1백만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비즈켈은 수비는 뛰어나나 타력이 부실한 '레이 오도네즈급'의 선수였고, 총액 2천1백만달러 짜리 계약은 누가봐도 그에게 유리한 것으로 여겨졌다.

비즈켈 자신도 만족했다. 이듬 해 빅리그 최고 연봉을 경신한 켄 그리피 주니어(현 신시내티 레즈)
의 평균연봉이 850만달러니 그럴만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즈켈은 자신이 존 하트 단장의 주특기인 '장기계약 필살기'에 보기 좋게 속았음을 알게 됐다.

현재 비즈켈은 빅리그 최정상급의 유격수다. '수퍼 3인방'의 돌풍에 가려지긴 했지만, 수비는 명실공히 빅리그 최고이며, 공격력도 한 팀의 선두타자를 충분히 해낼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비즈켈은 계약기간이 끝나는 2002년까지 3백만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그보다 한 수, 아니 두 수 아래로 평가받고 있는 알렉스 곤잘레스(토론토 블루제이스, 480만달러)
, 마이크 보딕(볼티모어 오리올스, 475만달러)
의 연봉을 생각하면 잠을 설칠 정도다.

한 술 더 떠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 2520만달러)
는 비즈켈의 8년치 연봉을 단 1년만에 벌게 됐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가는 다른 선수들의 연봉에 속만 끓이던 비즈켈은 지난해부터 구단에 자신의 '마이너리그급 계약'에 대한 보상을 요구해왔지만, 그것이 쉽게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클리블랜드 내에 이런 식의 사기계약(?)
이 한 두 건이 아니었기 때문.

하지만 마침내 비즈켈의 요구가 수용됐다. 개리 셰필드(LA 다저스)
,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 프랭크 토머스(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이 설쳐댄 덕을 봤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보도되지 않았지만, 곧 클리블랜드와 비즈켈 간에 '보상' 차원의 재계약이 발표될 예정이다.

비즈켈은 충고한다.

"장기계약 너무 좋아하지 마. 그거 노비문서가 될 수도 있다구 ‥"

Joins 김형준 기자<generlst@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