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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의 비밀 소스 ② 홍신애 ‘만능육수’

중앙일보

입력

요리연구가 홍신애씨가 ‘만능육수’를 넣어 요리한 열무김치, 아삭이고추무침, 깻잎겉절이, 고추장소스조기구이, 열무김치말이국수로 여름 상차림을 제안했다.

한식 소스는 양념장이다. 육수는 양념장의 맛을 더하는, 빼놓을 수 없는 재료다. 요리연구가 홍신애씨가 사용하는 만능육수 레시피를 공개한다.

 한식 소스는 양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미 만들어진 장류를 활용해 바로바로 만들어 쓰고, 이를 ‘양념장’이라 일컫는다. 양념장에는 간장, 된장, 고추장, 젓갈, 식초 같은 발효성분과 마늘, 고추, 산초 등의 비발효 성분이 고루 들어간다. 다양한 발효 식품이 혼합됐기 때문에 재료의 잡냄새를 잡아주고, 항균작용을 한다. 한식이 가진 건강함은 바로 이 양념에서 출발한다. 홍씨는 한식에서는 기본을 지키면 요리가 한층 맛있어 진다고 말한다.

 “여느 주부처럼 저도 양념을 만들죠. 한가지 다른 점은 기본에 더 충실하고, 재료의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육수’를 활용합니다. 요리를 간편하면서도 맛있게 하려면, 소스 하나만 잘 만들어도 되거든요.”

 사실 육수를 소스로 보긴 어렵다. 일종의 조미료로, 소스에 첨가했을 때 재료 본연의 맛을 한층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기초 공사가 잘 된 집이 튼튼한 것처럼 육수는 소스를 탄탄하게 만들어준다. 그는 어떤 요리에도 사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육수를 ‘만능육수’라 부른다. 고기와 해물, 야채가 적절히 배합돼 고기요리, 해물요리 등에 두루 활용할 수 있다. 재료 본연의 맛이 녹아있기에 이것만으로도 양념의 일환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만능육수 맛은 어떨까? 고기에서 우러난 깊은 맛 뒤에 시원한 바다의 향이 따라붙었다. 그리고 잔향이 없이 깔끔하게 넘어가는 뒷맛까지. 자체로 기승전결이 느껴지는 육수 의 맛은 흠잡을 데 없었다.

 홍씨의 만능육수는 다른 이들의 입맛을 통해서도 입증된 바 있다. 그는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명사들의 추억 속 음식을 재연해준 적이 있다. 명사들이 그리워하는 요리는 어릴 적 어머니가 해준 음식이었다. 그들의 표현은 한결같이 ‘진하고, 감칠 맛나고, 달았다’였다. 그는 궁리 끝에 모든 요리에 만능육수를 넣었다. 아니나 다를까. 박범신 작가는 매운조기찜을, 오정혜씨는 닭백숙을 남김없이 먹으며, 그 시간만큼은 충분히 어머니를 추억했다. 이 경험을 통해 홍씨는 “만능육수는 어머니의 손맛”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

 홍씨의 또 다른 맛있는 양념의 기본기는 만드는 방식에도 있다. 한식을 할 때 대부분의 주부들은 식재료에 각각의 양념을 곧바로 넣는다. 이 습관이 곧 맛의 차이로 이어진다. 재료마다 양념이 제각각 들러붙어 제대로 섞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번거롭더라도 반드시 양념장을 만들고 각각의 양념 재료를 충분히 녹여야 한다. 특히 설탕은 미세한 양이라도 녹지 않으면 떫은맛이 날 수 있으므로 가장 먼저 녹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기름은 재료표면을 코팅해 양념이 스며드는 것을 방해하니 되도록 가장 마지막에 넣는다.

<글=강미숙 기자 suga337@joongang.co.kr 사진="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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