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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료보험 '저소득층 지원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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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역의료보험에 대한 국고보조금 체계를 뜯어고치려는 이유는 건강보험의 원래 목적 중 하나인 소득재분배 기능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도 때문이다.

같은 진료를 받더라도 부담 능력에 맞게 보험료를 물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능력없는 사람은 적게, 능력있는 사람은 많게 돈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도 이 원칙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현실적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즉 ▶지역가입자들의 소득 파악률이 낮아 부담능력이 없는 사람을 골라내기 힘들고▶의료보험에 소득재분배 기능을 너무 과하게 부과하는 데다▶직장의보의 영세사업장에도 같은 혜택을 줘야 한다는 점 등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 보험료 조정 추진 배경.효과=지역의보 재정의 30.2%를 지원하는 현행 국고지원 방식은 소득 기준 건강보험료 1등급 가입자(보험료 3만8천원)는 1만1천4백여원을, 최고 높은 50등급(보험료 20만2천여원)은 6만1천여원을 국고에서 지원받는다.

비율은 같더라도 절대금액은 고소득자가 5배 이상 많은 금액을 지원받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50등급 가입자에게 지원금을 한푼도 주지 않고 그 금액만큼 보험료를 올리는 쪽으로 점진적으로 지원방식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반면 1등급 가입자는 보험료를 올리지 않되 궁극적으로는 절반만 본인이 물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개편하면 저소득층의 보험료를 줄여주는 대신 이들의 보험료 납부율을 높이는 부수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지역의보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1988, 89년 전체 재정의 50%를 웃돌다 점차 비율이 축소됐다. 99년에는 26.4%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지난해 의료계가 파업을 벌이면서 이 비율을 높여달라고 거세게 요구해 올해는 30.2%로 올라갔다. 정부는 매년 지원비율을 2~3%포인트 올려 2005년까지 40%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원비율은 떨어져 왔지만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면서 절대금액은 88년 9백46억원에서 올해 1조9천억원으로 늘었다.

◇ 문제점=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 의료보험팀장은 "저소득층의 보험료를 낮춰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자는 방향은 옳다" 면서 "하지만 현행 지역의보료 부과기준이 이미 소득과 재산을 반영해 보험료 금액이 차등화돼 있는데 국고보조금까지 그런 식으로 할 필요가 있는지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고 말했다.

지역의보 가입자들의 소득 파악률이 26%에 불과한 상황에서 수혜대상을 정확히 골라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성균관대 김병익 교수는 "지역가입자에게 등급을 매겨 최하등급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다 보면 소득파악이 제대로 안돼 엉뚱한 사람이 지원받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이번 정책은 이른 점이 있다" 면서 "차라리 농어촌지역 가입자에게만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홍원 수석연구원은 "저소득층을 포괄해 지원하지 말고 의료보호대상자가 아닌 사람 중 보험혜택을 못 보는 사람에게 국고보조금을 사용하는 게 우선" 이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공단 사회보장센터 김창엽 소장은 "취약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의보 국고지원 체제를 바꾼다면 직장의료 가입자 중 영세사업장의 근로자에게도 같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맞는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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