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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 담은 바둑판 '황금분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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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네덜란드 사진작가 하리 반 더 크록트는 아마 3단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하리가 작품으로 보여주는 '바둑 속의 몬드리안'을 소개한다.

몬드리안은 '황금분할'로 잘 알려진 현대 미술의 거장. 하리는 자신의 작품에서 바둑판과 돌로 바둑 속에 내포되어 있는 심오한 세계의 대칭적 아름다움을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를 빌려 표현하고 있다. 바둑판 측면은 밝은 색과 어두운 색의 두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유한한, 사각형 공간이다.

그 직선 위에 유선형의 검은 색, 흰색 돌이 놓여 있다. 돌들은 날렵하게 보이고 변화무쌍함을 예감케 한다. 흑백이 공간에서 만나 대결하고 타협하고 공존하며 격정적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처럼 보인다. 돌들의 몸부림은 명암으로 갈려진 두 영역을 넘나든다.

나는 바둑을 잘 모른다. 그러나 바둑광이자 세계바둑학술대회 주관자이기도 한 남편(명지대 한상대 교수)을 따라 종종 유럽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하리와 그의 바둑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만났다. 동양화에서 종종 등장하던 바둑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서양인의 시각이 신선했다. 소개하는 작품 명은 '바둑'인데 유럽에서 'Go'가 아니라 'Baduk'이라고 표기한 것도 특이했다. 단지 미술애호가일 뿐인 내가 용기를 내 이 작품을 소개한 사연이다.

자료 제공 및 글쓴이= 박화서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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