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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쉬는 것도 투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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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고란
경제부문 기자

유럽 위기가 정점을 향해 치닫던 지난달 17일 주식거래 활동계좌가 2000만 개를 넘어섰다. 사상 처음이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예탁자산 10만원 이상에 최근 6개월간 한 번 이상 거래한 계좌를 말한다. 주가가 급락하자 반등을 노리고 들어온 투자자가 많이 늘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다시 유럽 시장이 요동치면서 고민에 잠 못 드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비결’ 하나.

 여의도의 시장 전문가를 만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묻는 질문이 있다. 가장 좋은 재테크 방법은 뭐냐, 당신은 재테크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

 15일 오전 한 증권사 대표를 만나 똑같이 물었다. 올 하반기 유망한 재테크 방법이 뭔지. “타이밍”이란 답이 돌아왔다. 내심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식형 펀드, 랩 같은 상품을 꼭 찍어 말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폭락장에서도 상승하는 종목은 언제나 있다. 그걸 찾아낼 수 있다면 ‘큰 부자’가 된다. 그런 능력은 아무한테나 없다. 하늘이 내려준다. 대신 타이밍을 맞추면 ‘작은 부자’는 될 수 있다. 하락장에서는 웬만해선 수익 내기 어렵다. 쉬는 게 낫다.”

 그는 “증권사 사장으로서 할 소리는 아니지만 괜히 매매했다간 수수료에 거래세만 까먹는다”고 덧붙였다. 주식을 한 번 사서 팔면 약 0.33%의 매매 수수료(온라인 수수료 0.015%×2)와 세금(0.3%)을 낸다. 1년 영업일수를 240일이라 하고, 하루 한 번만 주식을 사고팔아도 1년이면 원금의 약 80%가 수수료와 세금으로 날아간다. 펀드매니저 사이에선 이런 걸 ‘대패질’이라고 부른다. 대패질을 몇 번 하다 보면 어느새 두꺼웠던 나무판이 얇아지는 걸 빗댔다. 그는 “외환위기 때 주식투자로 부자가 된 한 친구는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과 8월 유럽 재정위기 때 딱 두 번 샀다 팔아서 1000억원을 벌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쉬는 것도 투자다. 가장 기초적인 재테크 ‘비결’이기도 하다. 당연하고 단순하다. 그런데도 비결이 되는 건 그만큼 지키기 어려워서다. 욕심 때문이다. 손만 대면 돈을 벌 것 같은 욕심에 투자자들은 쉼 없이 사고팔기 십상이다. 내 안의 욕심을 이겨낼 자신이 있는가. 투자하기 전, 한 시간만 더 곰곰이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