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통신 네트워크 혁명

중앙일보

입력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필요한 만큼 수시로 통신 대역폭을 선택할 수 있다면? 특별 홍보나 콘서트 실황중계 때문에 사이트 트래픽이 급증할 경우 필요한 대역폭을 즉시 ‘주문’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 행사 후 그만큼의 통신 대역폭이 필요없게 되면 원래 수준으로 곧 되돌릴 수도 있다. 물론 비용은 대역폭 사용량만큼 지불한다.

현재로서는 이렇게 ‘유연한’ 통신 대역폭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꿈에 불과하다. 비즈니스 운영을 위해 다양한 통신 대역폭이 필요하다면 서비스 제공업체와 이중 가격체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협상해야 한다. 그 경우 대역폭 사용자는 언제, 어느만큼 대역폭을 넓혀야 하는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꿈’도 곧 실현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01년 말까지 주문형 통신 대역폭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광통신 네트워크 부문에서 이뤄진 두 가지 중요한 기술발전에 의해 가능해졌다.

그중 하나는 시스템 용량이 확장되면서 네트워크 자체에서 더 많은 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머지 하나는 순수 광교환기의 업그레이드와 함께 처리 가능한 추가 용량이 유례없이 커졌다는 것이다.

광섬유 기간망을 통한 데이터 전송은 96년부터 시작됐다. 알카텔(Alcatel)의 광통신 네트워크 사업부의 마케팅 담당 이사 칼 트레이버그에 따르면 200마일을 기준으로 할 때 원래 광섬유 한 올당 정보의 전송 속도는 2.5기가비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소위 고밀도 파장분할 다중화(DWDM) 기술이 꾸준히 향상되면서 데이터 전송 속도는 증가하고 전송 거리도 늘어났다. 최근에는 광섬유 한 올이 2.5기가비트의 속도로 1500∼2000마일까지 데이터를 전송하는 광섬유 80개를 묶은 것과 동일한 성능을 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네트워크 용량이 급증한 결과다.

DWDM 기술은 백색광 하나를 다양한 컬러로 분광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빛 하나에 10여 개의 추가 파장이 생겨난다. 각각의 파장은 모두 같은 양의 정보를 전송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시스템 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대된다.

트레이버그에 따르면 지난 20개월간 DWDM 기술은 광섬유 한 올을 평균 32개 파장으로 나누는 수준까지 발전해 같은 기간 동안 광대역 전송 비용을 80%나 낮출 수 있었다. 2001년에는 DWDM 기술이 백색광을 80개 파장으로까지 나눌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월드컴의 네트워크 기술 및 기획 담당 부사장인 잭 위머는 월드컴이 곧 160개 파장을 분광해 낼 것이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용량 증대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고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면 이를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유례없이 증가한 전송 용량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빠르고 정교하며 안정적인 광교환기 덕분이었다. 광교환기는 2002년부터 네트워크의 핵심 연결 부위에 장착될 전망이다.

텍사스주 리처드슨 소재 옵티컬 스위치(Optical Switch)社의 사업개발 담당 부사장 제레미 채펠은 차세대 광통신 기기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첫번째 순수 광교환기를 꼽았다. 그에 따르면 현재 사용되는 교환기는 광신호와 전자신호 방식이 결합된 소위 OEO(optical-electrical-optical) 교환기다. OEO 방식 교환기의 경우 빛을 통해 전송되는 데이터를 라우팅하기 위해 빛을 전기신호로 전환해야 한다.

그 작업이 완료되면 교환기는 전기신호를 다시 빛의 형태로 전환시켜 광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하게 된다. 채펠은 새로운 광교환기를 사용할 경우 각 파장에 실린 정보 데이터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광신호를 전자신호로 바꾸고 이를 또다시 광신호로 전환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부문 최대의 변화는 광교환기를 통해 백업 데이터나 시스템 내의 다른 문제 부위를 추적하고 가장 필요한 곳에 데이터 처리 용량을 즉시 자동 조절할 수 있을 때 이뤄질 것이다. 채펠에 따르면 새로운 광교환기가 수행할 수 있는 이런 기능은 아직까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는 “초기 전화기 시절 교환수가 일일이 교환판에 선을 꼽던 시절을 생각해 보라”며 “현재의 광교환기 수준이 바로 그런 상태”라고 말했다.

저렴하고 주문형으로 활용 가능한 ‘유동적’ 대역폭을 확보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광통신으로의 전환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은 그뿐만이 아니다. 포인트이스트 리서치의 분석가 클레이브나는 기업에 초고속 데이터 접속망을 설치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도 엄청나게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일부 광통신 접속 시스템의 경우 240일이면 설치가 완료된다. 앞으로 2∼3년 후면 몇 분 만에 이를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 클레이브나의 주장이다.

향후 1∼2년 안에 대용량 데이터 처리공간과 지능형 교환기가 결합되면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크고 저렴한 데이터 저장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며, 이는 웹호스팅 부문의 폭발적인 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알카텔의 트레이버그 이사는 데이터 저장 및 접속 네트워크 산업이 현재의 10억 달러 규모에서 2003년에는 1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웹호스팅 부문도 현재 30억 달러에서 2003년 200억 달러 규모로 팽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세대 광네트워크가 기대만큼 기능을 발휘한다면 기업들은 인터넷 방송은 물론 즉석 뉴스와 피드백, 데이터베이스, 재무 및 보안 서비스 등을 저렴한 비용에 쉽고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것들’까지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광통신 시스템 설치 전 이것만은 따져보자

광통신 서비스 가입시 체크해야 할 핵심사항

기업들이 광통신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적인 수칙을 지켜야 한다.

서버나 라우터 같은 새 기기들과 함께 광교환기 옵션이 들어 있는지 확인한다.

사무실 공간에 가능하면 언제나 광섬유 배선이 설비돼 있는지도 확실히 체크해 둔다.

광네트워크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서비스 제공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업체를 선택할지 고민이라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유동적’ 대역폭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혹은 올해 중 이 서비스가 이뤄질 예정인가?)
●통신망 시스템 설비에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인가?
●통신망 구조가 구식 SONET이 아닌 DWDM에 기반하고 있는가?
●데이터센터가 광네트워크와 직접 연결돼 있으며 연결도 광전송 방식으로 이뤄지는가?
●리스토레이션 시간이 15ms(ms는 1000분의 1초) 이하인가?
●광섬유 손상시 이를 대체할 전송경로가 있는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