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관 100주년 위그모어홀 '거장의 산실'

중앙일보

입력

“앞으로 16개월 동안 내 생명을 중단시킬 겁니까?”

몇년전 런던에 있는 한 음악홀이 개보수 작업을 위해 휴관하기에 앞서 관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연주자 ·프로그램에 관계없이 별일 없으면 매일 저녁 이곳을 들락거리는 수많은 고정 관객들은 옛 모습 그대로가 좋다며 휴관에 반대의 뜻을 표했다.

오는 5월 31일 개관 1백주년을 앞두고 기념 페스티벌을 열고 있는 런던 위그모어홀 얘기다.

런던 옥스포드 스트리트 북쪽의 이면도로 위그모어 스트리트에 위치한 5백50석짜리 무대인 위그모어홀은 런던 최고의 실내악 공연장으로 꼽힌다.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이자이 ·피아니스트 페루치오 부조니의 듀오 무대로 문을 연 이곳은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와 빅토리아 로스앙헬레스,아마데우스 4중주단 등 숱한 대가들이 런던 데뷔무대를 장식한 곳. 소프라노 조수미의 런던 데뷔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5월 31일부터 이틀에 걸쳐 열리는 1백주년 기념 갈라콘서트에서는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수석주자들과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그레이험 존슨, 소프라노 바버라 보니,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 바리톤 마티아스 괴른 등이 축하무대를 꾸민다. 이들 또한 위그모어홀 무대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연주자들이다.

이곳은 1901년 독일제 피아노 벡스타인의 전시장 옆에 딸린 벡스타인홀로 문을 열었으나 제1차 세계대전으로 1914년 독일인 소유의 건물이 경매에 부쳐지면서 위그모어홀로 이름을 바꾸었다.

대리석 마감에 음악의 여신이 그려진 반원형 무대가 특징이다.고풍스런 실내 분위기에서 무대와 객석을 한데 이어주는 친근함은 위그모어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데뷔 무대의 추억을 되살리면서 자주 이곳을 찾는 유명 연주자들 덕분에 공연장은 연일 활력에 넘친다.

또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에 열리는 BBC 런치타임 콘서트,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30분의 커피 타임 콘서트 등의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으로 런던 음악애호가들의 사랑방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