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엔화약세 이어질 우려

중앙일보

입력

2월 중순, 졸업 시즌이다.

한국 경제가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를 졸업했다지만 치러야 할 시험은 아직도 많다.

이달 말까지 4대 개혁(기업.금융.노사.공공)을 마무리하기로 했는데 동아건설 청산 논란, 대우자동차 노조 파업, 현대 문제, 미국 경기의 급락 가능성 등 나라 안팎 상황이 심상치 않다.

동아건설은 법원이 청산 결정을 내리려 하자 10년 동안 거짓으로 회계장부를 꾸몄다고 고백했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고 문제의 분식회계도 따져 볼 시간이 필요하다.

16일로 예정됐던 청산 결정을 한달 미룬 가운데 파문은 이어질 것이다. 동아건설도 대우 사태도 그 뿌리는 거짓 회계다.

한국은행이 장고 끝에 지난 8일 콜금리를 낮췄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리란 전망이 나오는 판이다.

콜금리 인하 효과가 여섯달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가 바닥을 친 뒤에야 효력이 나타나 목표했던 경기 진작보다 물가 오름세를 자극할 수도 있다.

이제 세계 경제는 하나의 유기체다. 일본 경제가 지난해 3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일본 경제의 체력이 약해지면 엔화 가치가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으로선 수출에 도움이 되는 엔화 약세를 용인하려 들 것이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아시아 통화의 동반 약세를 불러올 수 있다. 다급한 일본은 재할인률을 낮췄지만, 3월 금융대란설은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가 예상과 달리 급격하게 나빠지리란(경착륙)전망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이 기침하면 독감에 걸리는 게 한국 경제다.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경제부총리도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우리 경제 성장률이 4%가 안 될 수 있다고 걱정할 정도다.

그래도 금주에 몇 가지 눈여겨볼 게 있다. 증시는 투자자의 관심을 끌만하다.
지난주 연기금 투자 확대 방안과 함께 콜금리 인하가 발표됐다.

주식시장으로선 쌍끌이성 지원 사격이다. 13~15일에는 한국통신IMT의 공모주 청약이 있다.

국고채 금리 하락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에 맞춰 12일부터 시중은행들이 한차례 더 수신금리를 낮춘다.

이제 어지간한 은행의 1년 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낮은 6%다. 12일 차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추대하는 모임이 열린다. 어려운 시기라서 인지 다들 꺼리기 때문에 현 김각중 회장이 계속 맡을 가능성도 있다.

키 작은 2월, 그러나 할 일은 더 많다. 약속한 4대 개혁과제의 완결 시한이 보름여 남았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시한을 정해 놓고 할 게 아니다. 경제는 살아 움직이는 것이며, 경쟁력을 높이려면 구조조정은 평소 끊임없이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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