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쉽다고? 청야니 말에 열받은 장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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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

“청야니가 절 화나게 하더라고요. 이대로 끝내선 안 되겠다 싶었어요.”

 ‘작은 거인’ 장정(32·볼빅)이 돌아왔다. 장정은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 로커스트 힐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첫날 2언더파로 공동 4위에 올랐다.

 장정은 그동안 1년 반의 공백기를 보냈다. 2009년 오른손 인대와 삼각 연골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코스를 떠났다. 지난해 초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정회원인 이준식(33)씨와 결혼하고 10월 딸 슬이를 출산하면서 공백이 길어졌다.

 지난 3월 열린 기아클래식을 통해 복귀했지만 3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열린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이후 살아나고 있다. 1회전에서 만난 세계랭킹 1위 청야니(23·대만)의 말이 자극제가 됐다고 한다.

 “청야니가 캐디에게 ‘쉬운 상대를 만났다’고 던진 이야기가 제 귀에 들어온 거예요. 오기가 났어요. 경기에 지더라도 물고 늘어지자 생각하고 끝까지 괴롭혔죠. 1홀 차로 아쉽게 패했지만 그날 이후 자신감이 생겼어요.”

 사이베이스 때부터 함께 다니고 있는 남편과 딸도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대전에서 티칭 프로로 일했던 남편 이씨는 아내의 부활을 위해 본업을 접고 미국으로 넘어와 외조에 전념하고 있다. 장정은 “한국에 아이를 떼어 놓고 왔을 때는 몸은 편해도 마음이 불편했다”며 “운동도 해야 하고 아이도 봐야 해서 몸은 힘들어졌지만 마음이 편해져서인지 오히려 성적이 잘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회장인 로커스트 힐 골프장은 장정과 인연이 남다른 곳이다. 장정은 2006년 같은 코스에서 일반 대회로 열렸던 웨그먼스 LPGA에서 통산 2승째를 거뒀다. 장정은 “어느 코스보다 편안하다. 이번 대회는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사이베이스에서 장정을 자극했던 청야니는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계속 내리막이다. 청야니는 첫 티샷부터 오른쪽으로 크게 휘어지는 미스 샷을 날리면서 출발해 1라운드에서 4오버파를 적어내며 공동 80위까지 밀려났다.

 어깨 부상으로 6주 동안 공백기를 가졌던 박세리(35·KDB산은금융)도 첫날 2언더파 공동 4위의 만족스러운 복귀전을 치렀다. 선두는 3언더파를 친 베아트리스 리카리(스페인), 라이언 오툴(미국), 줄리아 세르가스(이탈리아) 등 무명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J골프가 9일 2라운드는 0시30분부터, 3~4라운드는 오전 3시부터 생중계한다.

피츠퍼드=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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