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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정비로 1100만㎾ 전력 차질…지금이 올여름 블랙아웃 최대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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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7일 전기 소비가 급증하면서 전력 여유분이 비상조치를 발동해야 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9·15 정전 사태 이후 처음이다.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 공포 속에서 정부는 올여름 강제적으로 전력을 끊는 ‘계획 정전’을 실시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대비한 훈련을 하기로 했다.

 이날 이관섭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오후 1시35분 예비전력이 350만㎾로 떨어져 비상수단을 가동하는 첫 번째 경보인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전압 조정 등의 비상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예비전력은 공급 가능한 전력에서 수요를 제한 나머지다. 예비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전력당국은 100만㎾ 단위로 ▶관심 ▶주의 ▶경계 ▶심각 경보를 발령하고 단계별 비상조치를 취한다. 지난해 9·15 정전 사태 때는 예비전력이 24만㎾ 수준까지 내려가는 블랙아웃 직전 상황에서 지역별로 돌아가며 전력을 끊는 순환 단전이 실시됐다.

 지경부에 따르면 이날 전력 공급 능력은 6680만㎾였으나 오후 1시를 지나 수요가 6350만㎾까지 치솟으며 예비전력이 330만㎾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관심 단계가 발령됐고 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은 전압을 낮추는 긴급조치로 70만㎾의 수요를 줄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예비전력은 400만㎾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2시40분에는 순간적으로 316만㎾까지 내려갔다. 예비전력은 오후 5시를 지나서야 400만㎾대를 회복했다.

 이관섭 실장은 “수급 사정상 예비전력이 관심 단계로 떨어지는 날이 잦을 것”이라면서 “계획 정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전 대비 위기대응 훈련’을 21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위기가 예년보다 한 달 앞서 발생했고, 그 정도도 유례없이 심각하다. 무엇보다 5월부터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는 등 더위가 일찍 찾아 온 탓이다. 문제는 당장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발전소들은 지난겨울 ‘풀가동’한 뒤 다시 한여름을 대비해 5월 이후 집중적으로 정비에 들어간 상태다. 여기에 사고로 멈춰 선 곳도 예년보다 많다. 원전만 해도 고리 1호기가 정전사고 여파로 3월 이후 가동을 중단한 상태고, 울진 4호기도 전열관 손상으로 지난해 9월 이후 멈춰 서 있다. 국내의 발전소를 하나도 빠짐없이 돌릴 경우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은 7943만㎾. 하지만 이 같은 사고와 정비로 생산하지 못하는 전력이 1100만㎾에 달한다. 지경부에 따르면 다음 달이나 돼야 공급 가능한 전력이 7700만㎾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한편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간담회에서 “절전 효과를 위해 전기요금을 여름 성수기 전에는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8일 열리는 전기위원회의 전기요금 인상안 심의를 거쳐 전기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한수원 ‘월성 1호’ 보도자료 수정 논란= 이날 점검 결과를 발표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점검팀의 보도자료가 초고와 최종본의 내용이 달라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IAEA 안전점검팀장인 로버트 크리바넥이 ‘월성 1호기는 매우 우수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배포한 최종본 영문 보도자료에는 이 문장이 빠졌다. 한수원은 IAEA 보도자료 최종본이 나온 이후에도 기존에 배포한 보도자료의 내용을 수정하지 않았다. 한수원 관계자는 “기자회견에서 크리바넥 등이 ‘원전 안전과 계속 운전에 문제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해 따로 수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IAEA는 최종 보고서를 7월 한국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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