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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외국 대사 리더십 인터뷰 ⑥ 패트릭 라타 뉴질랜드 대사

중앙일보

입력

패트릭 라타(오른쪽)대사가 지난달 29일 김회인(맨 왼쪽)양과 김채윤양에게 “영어실력이 뛰어나다”며 칭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뉴질랜드와 수교를 맺은지 올해로 50년이 됐다. 우리나라에는 영화 ‘반지의 제왕’ 속 배경이자, 어학연수를 많이 가는 나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주한 뉴질랜드대사관에서 2월에 취임한 패트릭 라타(50) 대사와 김회인(한영외고 3)·김채윤(대원외고 1)양이 만나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과 뉴질랜드의 창의성 교육에 대해 들었다. 라타 대사는 뉴질랜드의 독특한 전통 문화를 이어온 마오리족 출신으로 부임 전부터 외교가에서 화제가 됐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요.(회인)

 “한국은 매우 즐겁고 에너지와 흥미로 가득찬 나라예요.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번화한 곳도 많아요. 제 아내는 한국계 미국인이어서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요. 아이들은 김치를 좋아하고요. 한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과 뉴질랜드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노력하고 싶어요.”
 
-외교관의 꿈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회인)

 “어린 시절의 영향이 컸어요. 전 마오리족 출신으로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분위기에서 자랐죠. 다민족, 다문화적인 공간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문화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가 강해요. 그러다보니 국제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더 많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여행에 대한 갈망도 컸어요.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은 국제무대에서 일하는 것이었죠. 여러분도 관심 있는 일이 있다면 끊임없이 그것에 대해 탐구하고 체험하고 생각해 보세요.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절 외교 분야로 이끌었듯 여러분의 관심이 꿈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도울 거예요.”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다 보면 문화적 차이를 느끼지 않나요.(회인)

 “새로운 문화와 환경을 받아들일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듣고 배울 준비가 돼 있어야 그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거든요. 대한민국은 점차 다민족 국가가 되어 가고 있어요. 다른 문화와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면 연습이 필요해요. 그래야 훗날 여러분이 국제 무대에 나갔을 때 나와 전혀 다른 문화의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어요.”

-뉴질랜드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무엇인가요.(채윤)

 “목수처럼 기술이 필요한 직업부터 손님들을 환대하고 안내해주는 서비스직, 관광분야 직업까지 다양해요. 요즘은 디자인·정보기술 같이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직업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어요.”

-뉴질랜드는 창의성 교육을 어떻게 하나요.(채윤)

 “뉴질랜드는 이미 20년 전부터 창의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교육했어요. 공교육의 중요한 교육목표 중 하나가 ‘창의적인 문제 해결능력’이죠. 교사가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어떤 상황을 문제로 제기하면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그 해결책을 찾아요. 예를 들어 초콜릿 2개를 3명이 공평하게 나눠 먹는 방법을 찾으며 분수 개념을 익혀요. 학생 스스로 관련 정보를 조사해 발표하기도 해요. 이때 교사는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찾은 정보를 어떻게 분석하고 통합하는지 방법만 깨닫게 도와주죠.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해야할 일을 찾고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요. 디자인·음악 같은 예술교육과 럭비 축구·크리켓 같은 스포츠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예술적 감수성을 길러주고 열린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해서죠.”
 
-뉴질랜드 학생들은 외국어 공부를 어떻게 하나요.(회인)

 “뉴질랜드 교육에서 ‘다문화주의’는 중요해요. 그래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다양한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죠. 예를 들어 상당수 학교들이 국제교환학생 제도를 운영해 학생들이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요. 외국 학생들도 뉴질랜드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자녀는 어떻게 교육하시나요.(채윤)

 “초등학교에 다니는 6살 난 아들 저스틴(Justin)과 유치원에 다니는 3살된 딸 애슐리(Ashley)가 있어요. 아내와 저는 방과후에 아이들과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해요. 운동도 하고 즐겁게 뛰어 놀며 감수성을 길러주죠. 살면서 지켜야 할 덕목을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이때는 말로 설명하기보다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익히게 해요.”

-전 국제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국제 관계에서 자국과 타국의 입장을 동시에 고려하려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요.(회인)

 “무엇보다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람의 가치를 알아야 해요. 그래야 국내외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소중히 대하고 그들을 돕는 것에 주저하지 않아요. 특히 어떤 문제가 생기거나 도전해야 할 상황이 됐을 때 강인한 정신력으로 해결책을 찾는데 집중할 수 있어야 해요.”

-어려운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나요.(채윤)

 “먼저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야 해요. 그 다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죠. 마지막으로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요. 어린 시절 학교에서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준 덕분이죠.”

패트릭 라타 대사=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졸업 후 1988년 외교부에 들어가 주로 유엔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경력을 쌓은 국제경제 전문가다. 원주민을 차별하지 않는 뉴질랜드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외교부 고위직에 오른 마오리족 출신은 많지 않다. 영국계 백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뉴질랜드에서 마오리족의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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