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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해킹 코드 게재 금지 '부당하다'

중앙일보

입력

컴퓨터 과학자, 저널리스트, 사서들로 구성된 다양한 단체가 연방 항소법원에게 DVD 암호를 해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코드를 게재하거나 링크시키지 못하도록 금지한 판결을 뒤집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미국 시민 자유연맹(ACLU)부터 유능한 프로그래머들 연합에 이르는 다양한 단체들이 EFF(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와 ''해커 출판물인 2600''을 지지하는 참고인 진술서를 제출했다.

이번 참고인 진술서는 일련의 법적 논점들이 포함돼 있지만, 뉴욕 연방지법 루이스 캐플란 판사의 판결에서 DVD 침입 코드인 DeCSS에 대한 링크를 금지시킨 것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헌적인 제약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테면 프로그래머들은 소프트웨어 코드의 게재를 금지시킴으로써 언론의 자유를 억제해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저널리스트들은 소프트웨어 코드를 링크시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헌법 수정 제 1조에 위배되며 ''웹의 근본 기능''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소송은 미국동영상협회(MPAA)가 DeCSS 코드에 대한 링크를 만들거나 이를 게재하는 것은 저작권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2600측을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캐플란 판사는 MPAA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2600을 압박했으며, 참고인 진술서에 의하면 그가 웹에서 일반인들의 언론의 자유까지 침범했다고 밝혔다.

2600을 대변하면서 변호비용을 대고 있는 EFF는 일주일 전에 캐플란의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 이 소송은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이 처음으로 도마 위에 오른 중요한 소송이다.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은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법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논란의 소지가 많은 법령이다.

프로그래밍 세계의 명사들인 17명의 컴퓨터 과학자들은 최초의 참고인 진술서를 이번 주 초에 제출했다. 이 진술서는 정보 교환을 억제하는 것은 하이테크 연구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고인 진술서에 서명한 사람들 중에는 공개소스 지도자인 리차드 스톨먼, 인공지능 전문가인 유진 스패포드, 암호작성 전문가인 로널드 리베스트, 프린스턴 대학 교수인 에드워드 펠튼 등이 포함돼있다.

2600의 지지자들은 MIT, 프린스턴, 카네기 멜론 등의 기관들을 대표하고 있는 하이테크 거물들이 자유로운 정보 교환의 필요성에 관한 학계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그들의 소송을 뒷받침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는 저작권 소유자들이 참고인들을 그저 무료 음악과 영화를 원하는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참고인 진술서를 통해 ''코드는 일종의 문예 작품''이기 때문에 다른 문예 작품에 부여되는 헌법 수정 제1조의 보호를 동일하게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법원들은 코드가 언론의 자유에 속하는지에 관해 아직 통일된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다. 캐플란은 이번 소송에서 코드가 언론의 자유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연방 항소 법원은 캘리포니아에서 행해진 소송에서는 그와 반대되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대니얼 번스타인 교수로 하여금 국립보안청이 불법으로 선언한 암호 소프트웨어를 게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승리를 위해 ''뭉치자''

ACLU는 지난 26일에 제출된 개별적인 진술서에서 사서들과 단합해, 2600측에 불리하게 내려진 이번 판결은 언론의 자유와 정당한 사용이라는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CLU는 미국 도서관 협회, 연구 도서관 협회, 전자 프라이버시 정보 센터와 연대해 항소 법원이 캐플란의 판결을 뒤엎으라고 촉구했다. DeCSS는 불법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목적을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으며, 누군가 어느 곳에서 그것을 남용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코드 링크를 완전히 금지시켜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이다.

또한 ACLU는 링크를 일컬어 ''디지털 각주(脚註)''라고 칭하면서, 웹사이트 운영자가 그들의 컨텐츠를 책임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저널리스트들은 이번 소송에 비중을 두면서, 링크가 금지돼서는 안된다는 ACLU의 입장을 거듭 주장했다. 온라인 뉴스 협회, 와이어드 뉴스, 미국 신문 협회 등을 포함한 한 단체는 링크 만들기를 ''온라인 저널리즘의 뚜렷한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진술서에는 "하이퍼링크가 없다면 전세계로 신속한 정보를 보급하는 웹의 탁월한 기능을 가로막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포함돼 있다.

오는 2월 2일이면 수많은 단체들로부터 최소한 8건의 진술서들이 나올 것이다. 그 중에는 컴퓨팅 기계 협회, 웹 관련 정책 문제에 자주 비중을 두는 스탠포드 법학과 교수인 로렌스 레식과 법학과 교수 연합 등이 포함될 것이다.

참고인 진술서들은 항소법원이 판결을 내릴 때 지침으로 삼을 수 있는 참고자료이긴 하지만 판사들이 반드시 이 진술서들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소송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칠 예정일은 오는 2월 19일이다. 이 날은 MPAA가 EFF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는 최종 시한이다. 영화산업을 지지하는 참고인 진술서들이 잇따를 뿐 아니라, 구두 변론은 올 4월에 실시될 예정이며 판사들은 그 이후에나 판결을 내릴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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