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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샘] 독립영화 활성화에 나선 네티즌

중앙일보

입력

오는 10일 광화문 아트큐브에서 개봉하는 '고추말리기' (장희선 감독)의 마케팅 전략은 다소 특이하다.

감독에게 돌아가는 일부 금액을 제외하고 영화 상영에서 나오는 수익금 전액을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데 쓸 예정이다.

왜 그럴까. 최근 활발해진 독립영화의 배급 활성화를 위해서다. 공들여 만들어 놓고도 일반 극장에서 상영될 기회가 적은 독립영화가 보다 많은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체제를 갖추다는 뜻이다.

특히 네티즌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ARS 전화서비스로 이 영화에 개봉 지원금 1천원을 내고 작품 홍보에도 열심이다. 각기 소속된 인터넷 동호회에 작품평을 올리고 영화관람을 권유하는 등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상업영화 제작사.영화관들이 외면한 독립영화를 네티즌이 키워내 한국영화의 선택폭을 넓힌다는 의미가 있다.

'고추말리기' 는 할머니.어머니.딸 등 우리 주변의 평범한 여인 세 명을 통해 일상의 자질구레한 풍경을 다큐멘터리 식으로 그려낸 54분짜리 영화. 1999년 여성영화제 우수상.독립단편영화제 우수상 수상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후 이번에 개봉하게 됐다.

네티즌들은 지난해에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유승완 감독),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 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살아있다' (남기웅 감독) 등의 마이너 영화가 일반 극장에서 개봉하는 데 한몫을 톡톡하게 했다. 일부 열성팬에 국한됐던 독립 단편영화의 대중화에 기여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로 거론되는 요즘 상황에 네티즌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들이 일반 영화인들이 자칫 도외시하기 쉬운 실험영화의 버팀대로 떠오른 까닭이다. 우리 영화의 다양성은 결국 젊은 관객이 만들어갈 수밖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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