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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업무대표 간담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 빅딜' 로 불리는 시멘트.유화 등 7개 업종 구조조정 추진을 위한 간담회가 신국환(辛國煥)산업자원부장관과 손병두(孫炳斗)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업종별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31일 오후 과천 호프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구조조정을 위해 전경련을 중심으로 업종별 협의회나 구조조정 실무추진팀을 구성, 운영하기로 했다.

辛장관은 이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계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며 "업계 합의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면 정부 차원에서 세제.금융 등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손병두 부회장은 업계를 대표해 정부에 구조조정 특별법 제정을 요청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날 "회의가 서먹서먹한 분위기에서 시작됐으나 나중에는 박수 치며 끝났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계 및 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신 빅딜' 은 순항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정부는 "7개 업종 위한 것" 〓산자부 관계자는 "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과잉생산 업종의 추가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며 "업종별 단체가 자율 추진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적극 유도할 것" 이라고 말했다.

산자부는 辛장관이 발벗고 나서 가능한 한 1분기 중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겠다며 지난달 29일 한차례 무산됐던 회의를 31일 다시 소집하는 등 추진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辛장관은 1999년 정부주도로 추진됐던 빅딜이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감안, 이번 구조조정은 "빅딜이 아니라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너지 딜' " 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고 업계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산자부 고위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업계 스스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며 "공정거래법상 문제, 세제.출자전환 문제 등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99년 반도체 빅딜 때와 같이 인위적으로 업종과 시한을 못박고 추진하려 한다" 며 "산자부의 시도는 한건주의와 공명심의 발로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고 반박했다.

◇ 방법이 문제〓유화업종을 대표하는 한국석유화학협회측은 "사업부문 통합 논의는 영업 차질, 종업원과 주식시장의 동요 등을 감안해 업체간 비밀리에 협상해야 한다" 며 "정부의 '신 빅딜' 추진 이후 회사명까지 거론돼 부작용이 크다" 고 주장했다.

현대석유화학의 경우 최근 "국내 유력업체가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는 정부측의 발언이 전해진 뒤 직원과 거래선이 동요하는 등 부작용이 일어 이를 부인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전기로철강 업계도 형강.철근 등의 공급 과잉을 해소해야 하지만 빅딜보다는 법정관리.화의기업들의 처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주요 8개 업체 중 한보철강.㈜한보.환영철강이 법정관리, 한국제강은 현재 화의상태다.

시멘트 업계는 정부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킨 것 자체가 못마땅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양회공업협회 관계자는 "한일.아세아시멘트 등 중대형 업체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영업실적을 올렸고 설비 가동률도 80%를 웃돌고 있어 2~3년 후면 수급균형이 맞춰질 전망" 이라며 "협회에 일언반구도 없이 전통산업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구조조정 업종에 포함시켰다" 고 말했다.

이밖에 화섬.면방.제지.농업기계 등도 많은 기업이 워크아웃.화의상태로 구조조정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 전경련도 미온적〓산자부가 '자율 구조조정' 의 주체로 지목하고 있는 전경련과 업종별 단체도 내키지 않는 모습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에는 반도체 빅딜 때처럼 전경련이 해당업체로부터 욕을 얻어먹으면서까지 나서지는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한 협회 관계자도 "업체끼리 먼저 빅딜에 나서지 않는 한 먼저 나설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결국 또 다른 실패를 낳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범 서강대 교수는 "정부가 구조조정의 가이드라인만 정해주고 시장에서 자율로 이뤄지도록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김용열 연구위원은 "정부가 특정 업종의 빅딜을 지정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며 "전업종을 대상으로 사업혁신을 유도하는 방식이 바람직스럽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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