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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개방 압력 강풍, 대미 수출엔 훈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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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상원의 로버트 졸릭 무역대표부(USTR)대표 지명자 인사청문회는 부시 신정부의 통상정책방향을 엿볼 수 있는 자리여서 깊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졸릭의 발언내용을 입수 분석한 한국무역협회와 관련 전문가들은 졸릭이 현대전자의 회사채 인수 등을 문제삼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의 대미수출에는 긍정적이며, 국내시장에 대한 개방압력은 가중될 것으로 진단했다.

◇ 보호무역으로 돌지는 않는다〓졸릭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미국내 산업을 저해하는 수입품에 직권으로 긴급수입제한조지를 시행하는 문제와 ▶외국의 불공정거래를 업계 제소없이 직권조사할 수 있는 수퍼301조를 발동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완곡하게 거부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WTO의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시정조치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는 경우는 해당국의 수입품목에 돌아가며 보복관세를 적용하는 회전목마식 제재조치가 효과적이라고 답변했다.

무협 국제통상부 박진성 참사는 "졸릭 지명자가 자유무역주의 원칙에 따르지 않는 무역관행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강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이라고 말했다.

◇ 한미통상 전망〓최근 철강에 대한 미국업계의 지나친 보호무역주의는 어느정도 견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 철강업계의 제소로 미국에 수출하는 22개 철강수출품목중 16개가 반덤핑관세 등을 부과받았거나 조사를 받는 등 수입규제를 당했다.

미국철강업계는 아예 모든 수입철강제품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졸릭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미국내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이 병행돼야 하며 지나친 보호무역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고 말해 자국 업계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한국의 부실기업정책이나 보이지 않는 수입장벽 등은 개방압력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졸릭지명자는 "미국은 정의실현을 위해 교역상대국의 무역협정 이행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강제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현대전자나 다른 워크아웃 기업들에 대한 지원 문제는 앞으로 한미 통상협상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 한국의 대응은〓전문가들은 한국이 시장개방 노력과 금융구조조정이나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의 경제개혁을 계속한다는 점을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외경제연구소 양준석 연구위원은 "부실기업 정책을 실시할 때 처음부터 얼마를 지원하고 어느 수준에서 손을 떼겠다는 등의 프로그램을 먼저 제시하는 등 정책과정을 투명화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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