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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하 약효 떨어졌나

중앙일보

입력

미국이 1일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를 0.5%포인트인하했으나 일반적 예상과 달리 국내의 주가.금리.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인하라는 호재는 이미 지난 1월 장세에 반영됐다는 게 증시참여자들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그 영향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것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강화된데다 ▲이번에 미국의 추가적 금리인하 가능성이 또다시 확인됐고 ▲따라서 오는 8일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인하여지가 생겼으며 ▲이렇게 되면 시중자금이 위험도가 비교적 높은 주식시장이나 비우량 채권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경기가 아직 바닥을 확인하지 못했고 우리경제의 핵심문제였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데 있다.

이들 악재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내외 정책금리 인하나 감세를 비롯한 재정지출 확대의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미국금리인하 증시효과 실제로 없나 이날 오전 종합주가지수는 개장하자마자 무려 11포인트나 떨어져 `소문에 사고 뉴스에 매각하라'는 증시격언을 실감케 했다. 지수는 오후들어 계속 낙폭을 줄여가고 있으나 미국 금리인하의 즉효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날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1천억원을 넘어섰다는 점은 금리인하 효과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리인하로 인해 더욱 풍부해지는 해외유동성이 꾸준히 국내로 유입될 것이라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견해다.

김정환 LG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이날 외국인들이 선물에서는 팔고 있으나 선물시장 자체가 투기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면서 '오늘 외국인의 강도높은 현물 매수세에서 확인됐듯이 미국의 금리인하는 국내외 유동성 보강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김지영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미국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금리인하 효과를 압도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주가를 끌어올릴 별다른 호재를 찾기 어렵다'면서 '당분간 종합주가지수는 560∼650의 박스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금리.환율에는 영향주나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가 0.05%포인트 내린데 이어 이날 오전에도 같은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미국 금리인하의 영향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지난달 4일 미국의 전격적 금리인하 당시의 하락폭 0.27%포인트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채권시장에서도 미국 금리인하라는 호재가 선반영됐기 때문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오는 8일 금통위가 콜금리를 0.25%포인트 내려도 시장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희 현대투신 대리는 '지난 한달동안 시중금리가 1%이상 떨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정책금리 인하의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도 이날 오후 2시20분 현재 1천260원으로 전날과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성호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원화가치는 미국 달러보다는 엔화가치의 움직임에 연동돼 있는 만큼 미국의 금리인하가 원화 환율의 급작스런 변동을 초래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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