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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학습선택권 보장 조례 … 시교육청, 의회에 재의 요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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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부산시의회가 지난달 9일 본회의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방과후 학교와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 등의 참가 여부를 직접 결정하는 조례안을 의결했다. (본지 5월22일자 22면) 하지만 부산시교육청이 시의회의 재의결을 요구하면서 공방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부산시교육청은 “시의회가 의결한 ‘부산광역시 학생의 정규교육과정외 학습 선택권 보장에 관한 조례안’이 상위법 위배, 단위학교 운영의 자율성 침해, 사교육비 증가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어 시의회에 재의결을 요구했다”고 31일 밝혔다.

 상위법이 위배되는 부분은 조례안이 정규과정 외 교육활동의 참여율을 평가에 포함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3조 2항)은 초·중등교육법 등에 보장된 평가업무에 대한 교육감의 고유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단위학교 운영의 자율성 침해부분은 정규 교육과정에서 이뤄져야 하는 교과의 이수 활동을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에 자의적으로 편성해 학습 선택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4조 2항)는 조항을 꼽고 있다. 이 조항은 부산지역 학생의 학력 저하와 사교육비 증가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의 조례안은 공교육의 내실화를 무너뜨리고 학력 저하와 사교육비 증가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례안에 반대해왔던 부산 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부산 학교운영위원회총연합회 및 학부모총연합회, 부산교육삼락회 등은 일제히 환영의 입장을 냈다. 정윤홍 부산교총 사무총장은 “야간자율학습 등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 확대는 결국 사교육비 부담과 교육의 양극화, 나아가 학교의 자율권마저 제한할 것”이라면서 “부산시 교육감이 조례 공표를 거부하고 재의결을 요구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부산교육삼락회 한 관계자도 “현행 입시체제에서 학습선택권 조례안을 제정하는 것은 대학 진학률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조례안의 대표공동발의자인 이일권 부산시의회 의원은 “조례안 제정은 야간자율학습 등의 개설은 학교의 자율에 맡기더라도 그 선택권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려주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에서 출발한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교육청이 재의결을 요구한 것은 그동안 잘못돼 온 관행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연합인 부산교육네트워크도 31일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 재의결 요구 철회를 촉구했다. 단체는 성명서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학습선택권을 보장하면 사교육비가 증가된다는 시교육청의 논리는 어불성설”이라면서 “방과후 학교 수업에 반강제적으로 참가한다고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부산시교육청으로부터 재의결 요구를 받은 부산시의회는 관련 법률에 따라 시교육청과 의견교환·검토를 거쳐 조례안의 본회의 재상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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