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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쩐의 전쟁’ … 공화당 10억 달러 돈 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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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1월 6일 치러질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이 돈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전문 온라인 매체인 폴리티코는 30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지지하는 공화당 외곽조직에서 모두 10억 달러(1조2000억원)에 달하는 선거자금 모금 계획을 세웠다고 공화당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10억 달러 모금 계획은 롬니 캠프의 후원금 모금과는 별개로 이뤄지고 있으며, 2008년 당시 오바마 캠프가 모금했던 7억5000만 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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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이처럼 공격적인 모금 계획은 석유재벌인 코흐 형제, 선거전략가인 칼 로브가 운영하는 ‘정치행동위원회(PAC)’, 재계를 대표하는 미 상공회의소 톰 도너휴 회장 등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세력이 주도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 가운데 공화당의 오랜 돈줄인 코흐 형제의 경우 2012년 대선에서 과거의 배가 넘는 4억 달러를 지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롬니를 지지하는 수퍼팩 ‘미래 재건(Restore Our Future)’은 공화당 경선과정에서 이미 5000만 달러를 쓴 데 이어 1억 달러를 추가로 모금할 계획이다. 수퍼팩은 특정 정치인이나 법안 등에 대해 지지·반대하기 위해 활동하는 정치 단체로 선거자금을 모금해 쓸 수 있다.

 3억 달러 모금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수퍼팩 ‘아메리칸 크로스로즈(American Crossroads)’의 시티븐 로 회장은 “중도 우파 성향의 외곽조직들 간에 선거자금 모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외곽조직이 돈 전쟁을 예고하는 건 상대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든든한 실탄을 비축해 놓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연방선거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오바마는 3월 말까지 19억 달러를 모금해 이 중 절반만 쓰고 10억 달러를 11월 대선용으로 예비해 놓고 있다. 반면 롬니는 내부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모금액의 대부분을 소진한 상태다.

 미국 선거에서 돈의 위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공화당의 플로리다 경선에서 롬니를 지지하는 수퍼팩은 700만 달러를 TV 선거비로 지출해 뉴트 깅그리치 바람을 잠재웠다. 공화당 외곽 지원단체는 대선후보인 롬니뿐 아니라 11월에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의 출마자들을 위해서도 자금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미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상원 선거에서 현재보다 4석을 더 확보하면 상원에서도 다수당이 될 수 있다. 공화당의 고위 관계자는 “비록 롬니가 오바마에게 패한다 하더라도 상·하원만 장악하고 있으면 충분히 오바마의 정책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퍼 정치행동위원회

(PAC·Political Action Committee)=PAC은 미국 유권자가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 또는 비판하기 위해 만든 정당 외 조직. 수퍼팩은 2010년 1월 미 연방대법원 판결로 탄생했다. 미국의 기업이나 노동조합 등은 임의단체를 만든 뒤 돈을 모아 정치·선거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금액 제한도 없고 돈의 출처도 묻지 않는다. 이름도 마음대로 지을 수 있어 이름만 봐서는 누구를 지지하는지 알 수 없다. 이 괴물은 2012년 미국 대선을 ‘돈의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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