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피부암 원인 바이러스 잡는 백신 개발이 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피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백신을 하루빨리 개발하는 게 꿈입니다. 에이즈 환자들이나 잘 걸리던 이 피부암의 원인 바이러스가 퍼져 수많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희생되고 있어요.”

 1일 오후 3시 서울 서소문 호암아트홀에서 호암상 의학상을 받는 미국 남가주대 의대 정재웅(52·사진) 교수는 아프리카의 비참한 실상을 안타까워 했다.

정 교수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카포시 육종을 일으키는 메카니즘을 처음 밝혀 낸 과학자, 바이러스가 인체의 면역 체계의 공격을 피하는 방법을 처음 알아낸 과학자, 한국인 최초의 미국 하버드대 종신교수 등이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1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미국 국립보건원 등 8곳으로부터 연간 550만 달러(약 64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그에게 수상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물었다.

 - 수상 소감은.

 “4년만 유학 갔다 오겠다고 미국에 간 게 벌써 27년이 됐다. 신약 개발에 그동안 자신이 없었는데 호암상 받은 것을 계기 삼아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 카포시 육종이 얼마나 위험한가.

 “이 암은 에이즈 환자의 40% 정도가 걸리며, 발병하면 대부분 숨진다. 아프리카의 암 사망자의 50% 정도가 카포시 육종이 사망원인일 정도다. 에이즈에 안 걸린 어린이들도 모기 등을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돼 이 암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 바이러스 연구가 암 퇴치와 연관성이 큰가.

 “모든 사람은 바이러스와 함께 생활하며, 간암과 자궁경부암 등 암의 15~20%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바이러스가 암을 일으키는 정확한 메커니즘을 알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앞당겨질 수 있지만 아직 완벽히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 현재 연구하고 있는 것은.

 “에이즈 바이러스 연구를 중심축으로, 카포시 육종 관련 헤르페스 바이러스 백신 개발과 결핵 치료제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결핵균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전 세계에서 한 해 200만 명 이상이 결핵으로 사망할 정도로 심각한 질병이기 때문이다. 카포시 육종 바이러스 백신이 나오려면 꽤 오래 걸릴 것 같다.”

 - 한국에 돌아올 생각은 없나.

 “행정 경험과 연구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고려해볼 수 있다. ”

 - 하버드대학 종신교수를 그만두고 남가주대학으로 옮긴 이유는.

 “내가 2008년 하버드대를 떠난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대부분 말렸다. 그러나 하버드대보다 서너 배 많은 연봉과 하나의 학과와 연구소를 내 의도대로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남가주대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정재웅 교수=서울대 농대를 나와 미국 UC데이비스에서 미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연구원 및 교수를 거쳐 한국인으로선 최초로 하버드대 종신교수로 임용됐다. 2008년부터 남가주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