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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69세, 목소리는 더 좋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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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근 베스트 앨범을 낸 팝가수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스팅·스티비 원더·다이애나 로스등과의 듀엣곡도 수록됐다. 그는 “한국·중국·태국 등 아시아 아티스트와도 협업해 보고 싶다”고 했다. [사진 소니뮤직]

명품은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세월을 품어 품격이 더 높아진다. 팝스타 훌리오 이글레시아스(69), 로맨틱한 선율과 애수 어린 목소리로 수십 년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명품 가수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매혹적인 세기의 연인으로 남아 있다.

 최근 이글레시아스는 1980년대부터 자신이 발표한 곡 중 1위에 올랐던 히트곡들만 모아 CD 두 장으로 구성된 베스트 앨범을 냈다. 30여 년의 성과를 집약한 완벽한 컬렉션인 셈이다. 그를 전화로 만났다.

 이글레시아스는 지금도 전세계를 누비며 활발히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통화 내내 그의 목소리는 밝고, 활기찼다. “최근 남미·유럽 투어를 막 마쳤다”고 했다.

 이글레시아스는 청소년기 스페인 명문 프로 축구팀인 레알 마드리에서 골키퍼로 활동했다. 열아홉 살에 부상을 당하며 축구를 관뒀다. 이후 재활운동을 하면서 선물 받은 기타를 치게 됐고, 그게 인연이 돼 가수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그는 “축구 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지금도 운동을 사랑하고, 정말 열심히 한다”며 “그 덕분인지 세계 투어도 여전히 거뜬하다”고 했다.

 1969년 데뷔한 이글레시아스는 곧 ‘라틴 발라드 황제’에 등극했다. 마이클 잭슨이 팝 세계에서 인종의 장벽을 허물었다면, 이글레시아스는 각국 언어로 노래하며 장르와 언어의 벽을 뛰어 넘었다. 그는 가장 많은 언어로 노래를 부른 팝스타로 1983년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기준으로 모국어인 스페인어를 포함해 불어·이탈리아어·독일어·일본어·영어 6개 언어로 노래를 녹음, 1억장 이상의 음반을 팔았다. 현재 총 누적음반판매량은 2억5000만여 장에 달한다.

 이번 음반은 10년 만에 나온 베스트 음반이다. 불후의 명곡으로 평가되는 ‘헤이’ ‘나탈리’ ‘크레이지’ ‘올 오브 유’등 38곡이 수록됐다. 원곡 그대로 수록된 곡도 있지만, 상당수는 새로 녹음하거나 리마스터링(음색·소리를 전체적으로 균형 잡히도록 통일해 주는 작업을 다시 하는 것) 해 다시 태어났다. 이글레시아스는 “지금 내 목소리는 70·80년대 전성기 때보다 더 좋다”며 새로 녹음한 곡들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의 두 아들,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주니어와 엔리케 이글레시아스 둘 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가수로 크게 활약하고 있다. 이글레시아스는 “그들의 나의 ‘챔피언’”이라며 즐거워했다.

 이글레시아스는 1971·88·94년 내한 공연을 했다. 2010년 예정됐던 내한 공연은 건강상 문제로 취소돼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그는 “(건강은) 걱정 말라. 아마 머지 않아 한국을 방문하게 될 것 같으니 기대해 달라”고 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비결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크기 때문 아닐까요. 죽을 때까지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또 앞으로도 계속 배우고, 여행도 하며 사는 것이 꿈이고 목표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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