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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7인회 수구꼴통" 김용환 "버르장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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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이 22일 19대 의원 당선인 총회에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주변엔 그를 돕는 7명의 원로 그룹이 있다. 이른바 ‘7인회’다. 김용환(80)·최병렬(74)·김용갑(76)·김기춘(73) 당 상임고문, 안병훈(74) 전 조선일보 부사장, 현경대(73) 전 의원, 강창희(66) 대전 중구 국회의원 당선인이 그들이다. 이들은 2007년 대선 경선 당시에도 박 전 위원장을 도왔다.

 경선이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끝난 뒤에도 박 전 위원장 주변을 떠나지 않고 친목 모임을 만들어 후일을 도모해 왔다. 김용환·최병렬·김용갑 고문, 안병훈 전 부사장 등 4명을 중심으로 모이다가 나중에 멤버가 7명으로 늘어났다. 모임의 공식 명칭은 없지만 2009년께부터 박근혜계 내부에선 이 원로 모임을 ‘7인회’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인다. 가끔 박 전 위원장을 초청해 정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때도 있다. 멤버들이 대부분 박정희 정권 시절 공직생활을 했거나 박 전 대통령과 개인 인연을 갖고 있어 박 전 위원장과 ‘코드’가 잘 맞는다. 박 전 위원장도 원로들의 얘기를 비중 있게 생각하는 편이어서 당내에선 진작부터 7인회 역할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았다.

 특히 7인회 좌장 격인 김용환 고문은 2009년 세종시 정국 때나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고비마다 박 전 위원장에게 조언을 한 ‘막후 실세’로 분류된다. 김 고문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충청권 약진에도 공을 세워 박 전 위원장의 신뢰가 더욱 두터워졌다는 평가다.

 이런 7인회가 대선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정치쟁점으로 부상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6일 창원에서 열린 경남도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7인회가 있다고 한다. 그 면면을 보면 수구꼴통이고 도저히 대한민국을 맡길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은 6인회가 있었는데 그중 반은 감옥에 갔고 나라를 망쳤다. 박근혜 전 위원장의 7인회에 맞서 이길 수 있는 좋은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해 달라”고도 했다. 6인회는 2007년 이명박 대선 캠프의 최고 원로그룹으로 이 대통령 본인과 형인 이상득 의원, 이재오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덕룡 민화협 상임의장을 말한다.

 이에 김 고문은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원내대표를 겨냥해 “내가 자신의 주군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공동정부 수립방안을 논의했던 정계의 선배인데 수구꼴통 운운하는 것은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냐”고 맞받았다. 김 고문은 1997년 대선 국면에서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광옥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DJP(김대중+김종필) 공동정부 협상을 타결 지은 적이 있다. 김 고문은 “7인회라는 것은 박 위원장이 잘되길 바라는 순수한 뜻에서 생긴 사적 모임에 불과하고 인원도 한정된 게 아니다”며 “박 전 위원장이 집권하더라도 주변에서 권력을 휘두를 사람은 아무도 없다. 6인회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선 이명박 정부의 6인회가 몰락하는 시점에서 7인회가 이슈로 부각된 것 자체가 박 전 위원장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은퇴한 원로들이 차기 정부에서 요직에 나갈 일이 있겠느냐”면서도 “하지만 조언자의 수준을 넘어 권력을 행사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유권자들의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박근혜계 내부에선 “원로들의 역할이 너무 부각되는 건 박 전 위원장 이미지에 도움이 안 된다”며 견제하려는 흐름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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