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어쩌다 '전염병의 온상' 됐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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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전병율)는 전남 영암군 한 고등학교에서 백일해가 집단 발병했다고 지난 25일 발표했다. 전교생 279명 가운데 256명이 백일해 증상을 보였다. 교사 35명 중 5명에게서도 백일해 증상이 나타났다. ‘100일 동안 심한 기침이 계속된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백일해는 제2군 법정감염병이다. 2005~2008년만 해도 보고 건수가 10건 안팎에 이르렀을 만큼 발병 빈도가 낮았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보고 건수가 97건으로 급증했다.

크게 줄어든 줄 알았던 전염병이 학교에서 집단 발병한 사례는 이 뿐만 아니다. 지난 18일 질병관리본부는 경기 고양외고 2학년 학생 471명 중 128명이 잠복 결핵에 감염됐다고 확인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결핵환자 발생 빈도는 10만명 중 59명(새로 발병한 환자 기준)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하지만 학교 안에선 소용 없는 통계였다.

학교는 어쩌다 전염병의 온상이 됐을까.

여러 명이 한 곳에 모여 생활하기 때문에 전염병이 쉽게 번진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과도한 공부에 시달리며 체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학생은 면역력이 떨어져 전염병에 취약하다. 중간ㆍ기말고사 기간에 전염병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영암 고교에서 일어난 백일해 집단 발병과 관련해 “중간고사 기간 중 기침 환자가 평소보다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해당 학교가) 지난 14일 보건소에 신고하면서 역학조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질병관리본부는 초중고교 학생에게 가장 흔한 감염병 실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발생 횟수가 가장 높은 시기는 ▶감기 11월 ▶폐렴 9~11월 ▶유행성 이하선염 6월 ▶수두 5~6월, 12~1월 등이다. 세균성 이질, 집단설사 등 급식과 관련 깊은 수인성 감염병을 제외하고는 환절기에 시험기간까지 겹치는 5~6월, 11~12월에 전염병 발생이 집중됐다. 학교에서 집단생활을 하지 않고 공부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방학엔 전염병 발병률이 급격히 낮아졌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철저하게 손을 씻고 기침할 때도 상대방에게 분비물이 튀지 않도록 조심하는 등 개인 위생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핵 등 전염병은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 건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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