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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쓴 만큼만 돈 내세요"

중앙일보

입력

''인류생활 향상에 기여'' ''건전한 문화 정착'' ''정보 공유 실천'' ''인간적인 정이 넘치는 인터넷 실현''.

무슨 공익단체의 슬로건 같지만 아니다.

소프트웨어(SW) 업체인 와우프리커뮤니케이션(http://www.wowfree.net)의 경영이념이다.

이 회사가 이처럼 거창한 경영이념을 갖게 된 것은 최용관(32)대표의 전력과 무관치 않다.

공업계 고교 졸업반 때 대기업에 생산직 사원으로 취직한 최대표는 노동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 때문에 무려 여섯차례나 취업과 해고가 되풀이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그는 ''나눔'' 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고, "디지털 시대에 꼭 필요한 SW의 공유" 를 위해 와우프리를 창업했다.

그의 이런 마음가짐은 회사 경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대표이사의 주식지분이 4%에 불과하고, 직원들을 포함해 주주들이 2백명이 넘는다. 또 이익의 일정부분을 공익활동에 쓰기로 했다.

와우프리는 5초 동안 광고를 보는 조건으로 SW를 공짜로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지난해 3월 시작했고, 7월에는 서버를 통하지 않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PC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P2P서비스 ''체 게바라'' 를 내놓았다.

다음달부터는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SW를 쓰는 만큼만 사용료를 내는 종량제 서비스를 시작한다.

최대표는 지난해 11월 설립된 P2P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 첫 취직을 하자마자 노동운동에 나섰는데.
"1987년 말에 대기업에 공채로 취직했는데,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했던 게 빌미가 돼 8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당시는 사회 환경이 그랬다. 민주화 요구가 거셌고, 신문을 통해 노동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공고생들은 노동문제에 관심이 많아 고 1, 2학년 때도 시사잡지를 많이 봤다."

- 여러 차례 해고됐는데.
"화공과(고교)를 나왔고 자격증도 세개나 갖고 있어 취직은 대단히 쉬웠지만 노동 경력 때문에 번번이 해고됐다. 88년 한해 동안 세번, 군복무 후 구로공단에서도 세차례나 해고됐다. 먹고 살기 위해 94년 노동운동을 지원하는 기획사를 만들어 3년 동안 운영했다."

- SW사업은 어떻게 하게 됐나.
"인터넷은 노동 관련 외국 자료를 찾느라 91년에 시작했다. 각종 자료의 편집.기획.인쇄 등을 컴퓨터로 했는데, SW가 꼭 필요한데도 돈이 없어 못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컴퓨터도 쌀처럼 생필품인만큼 공공재적 성격을 갖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창업했다."

- 종량제 서비스는 어떤 것인가.
"SW를 다운받아 쓰는 날짜수에 따라 돈을 내는 방식이다. 전기나 전화요금을 내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기계설계 등 값비싼 SW를 구입하는 게 부담스러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하게 된다. 다음달부터 서비스한다. SW의 업그레이드 주기를 감안해서 2년 동안 매일 쓰면 패키지 가격의 85%를 내는 정도로 가격을 매겼다."

- 새로운 개념인데 시장에서 제대로 먹힐까.
"솔루션을 판매하는 게 주목적이다. 주로 외국업체와 접촉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시만텍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국내 시장만 보지 않고 전세계에서 쓸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 팔겠다. 종량제가 성공하면 매출이 지난해 3억원에서 올해 45억원, 순이익은 12억원으로 기대한다."

- 최근 신설된 P2P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는데.
"P2P는 공유.분배 관련 기술이다.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 기술개발에 나섰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P2P는 우리와 미국의 기술차이가 없는 분야다. 자본만 차이가 난다. 협회는 지난해 11월에 설립됐는데 현재 회원사가 50여개나 된다. P2P표준 관련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회원사간 기술공유 등을 논의할 것이다."

- 나눔의 정신을 중요시한다면 리눅스 사업도 해야 할텐데.
"리눅스의 정신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동의하는데, 그 쪽을 잘 아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이미 많은 사람이 하고 있는데, 내가 더 한다고 보탬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 소유구조나 이익금을 쓸 때도 나눔의 정신을 반영하나.
"소유구조도 정확히 분배하자고 했다. 내 지분은 4%에 불과하다. 전체 주주는 2백명이 넘는다. 직원들도 거의 주주로 참여했다. 번 돈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경상이익의 5%는 사회에 환원하기로 주총 때 결의했다. 영세 SW업체나 공익단체에 기부할 것이다. 또 전체 이익의 10%는 직원들에게 나눠준다. 개인적으로 번 돈도 노동단체 등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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