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449>금융상품 ‘E 삼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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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김수연 기자

ELS, ETF, ELW…. 요즘 증권가에서 자주 나오는 용어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게다가 서로 비슷하니 헷갈리기까지 합니다. 예전엔 이런 금융상품에는 소수의 특별한 사람이나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보통 사람이 재테크용으로 흔히 찾습니다. 은행에 넣어봐야 세금에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하면 금리는 사실상 마이너스입니다. 주가가 하락해 펀드도 신통치 않으니 평범한 재테크족도 이런 복잡한 이름을 가진 대상에 관심 갖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알고 보면 이름만큼 그렇게 불친절하지만도 않은 투자 대상입니다. ‘E 삼형제’를 소개합니다.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Tund)

[일러스트=강일구]

첫 글자가 모두 E로 시작된다고 해서 흔히 한데 묶여 취급되지만 사실 ETF의 E는 상장돼 거래된다는 뜻인 ‘Exchange’의 약자다. 다른 두 개의 머리글자 ‘E’는 주식을 말하는 ‘Equity’다. ‘E 삼형제’ 중에서 ETF가 속성이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ETF는 펀드다. 펀드 중 보통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것은 주식형 펀드다. 한때 재테크 ‘필수 요소’로 여겨져 다달이 일정액을 집어넣곤 했던 것도 대부분 주식형 펀드였다. 펀드는 기본적으로 여러 사람으로부터 모은 돈을 전문가에게 맡겨 굴리게 하는 것을 말한다. ETF 역시 여러 가지 주식을 투자 바구니에 담는다. 그 주식의 값이 오르면 펀드도 수익이 나고 내리면 원금을 까먹는다는 것도 보통의 펀드와 같다.

 하지만 ETF는 조금 특별한 구석이 있다. 보통 펀드는 ‘펀드매니저’라 불리는 전문가가 굴린다. 언제 어떤 주식을 사서 투자 바구니에 담고 언제 팔지를 이 사람이 정한다. 펀드에 가입하는 이유는 물론, 보통 사람보다는 전문가가 나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또 다 각자 생업이 있는데, 직접 종목을 고르고 사고 파는 데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 그 때문에 수수료라는 이름으로 약간의 ‘수고비’를 내고 대리인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간접투자라 부르고, 일반적으로 간접투자는 직접 주식 투자를 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하지만 전문가에게 맡겼다고 만사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펀드매니저도 사람인지라 잘못 판단하기도 하고 손실을 보기도 한다. 또 약간의 ‘수고비’가 실은 그리 적지 않은데, 펀드 수수료가 약 연 3%쯤 된다. 전문가에게 맡겨놨더니 원금 까먹고 그래도 수고비는 받아야겠다고 하면 투자자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ETF는 펀드의 이런 단점을 피하고자 만들어졌다. 사람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했다. 코스피200 같은 지수나 업종에 들어 있는 종목을 조금씩 고루 사들인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을 따라가는 ETF라면 이론적으로 이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비중대로 200종의 주식을 모두 산다(실제로는 200개를 전부 사지는 않는다). 이를 가리켜 흔히 ‘주가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됐다’고 말한다.

 이렇게 하면 주식시장(지수)이 오르면 ETF도 따라 오르고, 내리면 따라 내리게 된다. 실제로 200개 종목을 비중대로 다 사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겠지만 ETF를 통하면 아주 적은 돈만 있으면 된다. 시스템만 만들어 놓으면 되니까 펀드매니저의 피를 말리는 승부도 필요 없다. 그러니 수고비도 적다. ETF 수수료는 보통 주식펀드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펀드의 속성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또 주식 같기도 하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보통 주식과 마찬가지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다른 펀드는 환매 등을 할 때 여러 제약이 있고, 별도 수수료를 내기도 해야 하지만 ETF는 주식처럼 사고 팔기 때문에 거래 비용도 적고 환금성이 좋다. ETF는 무엇을 추종하도록 만들어졌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주가지수를 쫓아가는 것이 가장 많지만 특정 업종의 주가, 금과 같은 실물 자산 등 대상은 다양하다.

●주가연계증권(ELS·Equity-Linked Securities)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금융상품이 주가연계증권(ELS)이다. 시중 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여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직·간접으로 주식에 투자하던 이들의 상당수가 ELS로 돌아섰다. 주식에 비해 원금 손실 위험이 낮고, 채권·예금보다는 훨씬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주가지수나 한두 개 주식의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증권이다. 이를 기초자산이라고 한다.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조기상환 기회에 기초자산의 가격이 미리 정해둔 만큼 움직이면, 역시 미리 정해둔 수익률대로 만기 전에 상환된다. 상환되지 않고 만기까지 가면 역시 미리 정해둔 가격대에서 벗어났는지, 그 안에 들었는지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ELS는 원금 보장 여부에 따라 크게 ‘원금보장형’과 ‘비보장형’으로 나뉜다. 비보장형이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한다. ELS는 최근 자산가가 사랑하는 상품으로도 꼽힌다. 수익 예측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융위기 이후 최근 웬만한 ELS는 수익률 조건을 충족해 조기 상환되고 있다. 조기 상환을 몇 번 경험해 본 투자자는 이 자금을 다시 ELS에 투자하고, 소문을 들은 신규 투자자도 가세하면서 투자가 늘었다. 수익률 구조가 명쾌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주식이나 펀드와 달리 청약할 때 조건과 수익률이 미리 정해진다. 또 조기 상환 조건을 달성하면 몇 개월 만에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기 때문에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대기자금을 맡기기에도 적합하다.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는 지수형 ELS를 많이 찾는다. 코스피200 지수, 중국 항셍지수(HSCEI), S&P500 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다. 개별 종목보다 가격 변동이 덜하고, 보통 지수가 반토막 나지 않는 한 원금이 보장된다. 금융위기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수익을 낼 수 있다.

 보다 적극적인 투자자라면 개별종목형 ELS를 선호한다. 지수형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공모형 ELS는 지수형이 더 많지만, 사모형은 개별 종목형이 주류다. ELS에 투자하려면 시기를 잘 봐야 한다. 특히 해외 변수 등으로 인해 주가지수가 크게 빠졌을 때 만들어지는 ELS는 그만큼 손실 위험도 낮다.

 안전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원금 비보장형의 경우 ELS 역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ELS가 기초자산 가격이 반토막 이상 나지 않으면 손실이 발생하지 않게 설계됐지만, 최근 주가 급락에 따라 반토막 가까이 가는 종목이 속출했다. 이를 손실구간에 진입한다고 말한다. 일단 한번 손실구간에 진입했더라도 만기가 많이 남아 있어 만기 때 가격이 회복되면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아 회복 가능성이 낮다면 원금 손실은 불가피하다.

●주식워런트증권(ELW·Equity Linked Warrant)

주식워런트증권(ELW)은 한마디로 주식에 연계된 옵션이다. 특정한 주식 종목이나 주가지수를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 미리 약속한 값에 사고 팔 수 있는 권리다. 이 ELW 역시 일정 조건을 갖추면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다. 그 때문에 보통 투자자도 주식 계좌를 이용해 주식과 똑같이 ELW를 사고 팔 수 있다. ELW는 자신이 보유한 ELW의 권리가격보다 종목 주가가 오를 때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면에 주식이 권리가격보다 하락하면 휴지 조각이 된다.

 ELW의 가장 큰 특징은 승수효과(레버리지)다. 적은 금액을 투자해 큰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ELW의 기초가 된 실물자산에 직접 투자할 때보다 적은 금액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ELW가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주식을 직접 살 때보다 당장 필요한 현금이 적고, 주가가 예상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이런 레버리지로 인해 주식보다 수익률이 높았다. 그만큼 투기성이 강하다는 뜻이 된다.

 보통 주식은 시장이 오를 때만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ELW는 가격 하락에 거는 ‘풋’이 있다. 즉 가격이 내릴 때도 수익을 얻을 기회가 있어 시장 상황에 상관 없이 항상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반대로 ‘콜’ ELW는 강세장을 예상할 때 매수한다. 즉 풋워런트를 갖고 있으면 미래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기초자산을 팔 수 있다. 반대로 콜워런트를 갖고 있으면 미리 정한 가격에 기초자산을 살 수 있다.

 기초자산이 무엇이냐에 따라 ELW를 나누기도 한다. 개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면 개별주식워런트다. 2개 이상의 기초자산이나 여러 개의 기초자산을 한데 묶어 바구니를 만든 ‘바스켓워런트’도 있다. 코스피200과 같은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면 ‘주가지수워런트’가 된다. 이 밖에도 석유와 같은 상품, 금리, 통화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다양한 워런트가 있다.

 ELW는 지난해 직접 선물옵션 투자를 대신해 투기적 성향이 큰 일부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사 위기다. 투자자가 없으니 발행도 급감했다. 올 1월 말 6689개였던 ELW 발행 종목 수는 4월 말 4693개로 대폭 줄어들었다. ELW의 위험성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등 부작용이 커짐에 따라 금융당국이 각종 투자 규제의 강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특히 초단타 매매자를 시장에서 몰아내기 위해 규제가 강화되자 거래량이 줄었다. 최근 하루 평균 ELW 거래대금은 이전의 10분의 1 수준인 500억원 규모로 급감했다. 여전히 ELW를 거래하는 일부 투자자는 예전에 비해 종목을 사고 파는 것이 쉽지 않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시장이 위축되자 상당수 증권사가 ELW 시장에서 떠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아예 발행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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