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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 다른 개 추방’ 소재 하나로 도덕·생태·법 생각 확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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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전문가
단국대 교수 박덕규

‘넓은 이마와 꼿꼿한 귀, 날렵한 가슴과 배, 바짝 쳐든 꼬리 … 이런 조건에 들지 않은 개는 모두 추방하라! 어느 섬에서 훌륭한 개의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내린 조치다. 다른 개는 모두 육지로 보내졌다. 영이도 울면서 진돌이를 배에 태워 보냈다. 며칠 뒤 영이는 잠결에 문 앞에서 끙끙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진돌이였다. 섬 사람들은 진돌이를 다시 배에 태워 보냈다. 열흘 뒤 진돌이는 또 집으로 돌아왔다.’

위 소재에 살을 붙여 이야기를 들려주고 화제를 이끌어 보자. 돌아온 진돌이를 본 영이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진돌이가 집으로 돌아온 것은 개의 어떤 습성 때문일까? 섬에서 정한 조건을 모두 따르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진돌이처럼 영민한 개는 제외하는 것이 좋은가? 개가 인간을 잘 따르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개의 혈통을 보존하려는 까닭은 무엇인가? 동물의 혈통을 정하는 방법과 기준은 무엇일까? … 이렇게 시작되는 대화는 도덕·법·질서·문화유산과 동물의 습성·생태 등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습득하게 도와준다. 다양한 화제를 보여주는 소재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학생들이 ‘융합교육’의 수혜자가 되게 한다. 최근 정부가 주창하는 융합인재교육의 방법 중 하나다.

신화·전설·소설·영화는 흥미로운 스토리가 내재돼 있어 인기를 누린다. 그것을 보면서 재미를 만끽하는 사이에 지식을 얻고, 인간의 가치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갖는다. 교육에서 이런 특성이 배제된 것은 눈앞의 점수 때문이다. 그런 시험점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 평생의 점수며, 그것은 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 등을 한자리에서 익히는 STEAM(Science·Technology·Engineering·Arts·Mathematics의 약자, 학문 간 융합을 의미) 교육으로 높일 수 있다. 여러 과목을 융합해 배우는 기술이자 교재가 바로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교육이다.

다음 소재도 스토리텔링해보자. ‘가난한 화가가 있었다. 친구가 화가에게 도움을 주고 그림 한 점을 가져갔다. 화가는 덕분에 더 많은 그림을 그렸고, 점점 유명해졌다. 화가의 그림도 덩달아 값이 뛰어 친구도 큰 이익을 얻었다.’ 이 스토리로 예술가정신(미술)·우정(도덕)·문화상품(경제) 등의 과제를 익힐 수 있다. 화가와 친구 대신 프랑스 화가 밀레와 사상가 루소, 아니면 추사 김정희와 그 제자인 역관 이상적의 이름을 넣어보자. 그러면 스토리는 문화와 역사를 함께 익힐 평전(評傳)으로 격상될 것이다.

위 스토리는 아이비리그 교수들이 집필하고, 교과서 개발에 참여한 국내 교수들이 만든 융합교육 교재인 휘슬러출판사의 ‘사이언싱 시리즈’인 『사이언싱 오디세이-개의 법칙』과 『사이언스 톡톡-우리 친구할래』를 참조했다. www.융합인재교육.com

스토리텔링 전문가, 단국대 교수 박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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